에릭 브린욜프슨ㆍ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
청림출판 발행ㆍ384쪽ㆍ1만5,000원
컴퓨터ㆍ로봇 만든 디지털 기술, 인류 역사상 유례 없는 풍요 가져와
쓰기ㆍ셈하기 교육 이젠 의미 없어, 아이디어 창출 등 창의성 길러야
저자들, 불평등 심화 우려하지만 "우리의 운명은 우리 손에" 격려도
지금 이 기사는 ‘인간’ 기자가 쓰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여러분은 인간 아닌 로봇기자가 쓴 기사를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로봇기자는 이미 데뷔했다. 올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규모 4.4 지진이 났을 때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지진 발생 1보를 로봇이 썼다. 로봇기자는 미국 지질국의 이메일을 받자마자 담당 데스크에게 보고했고 데스크가 기사를 쓰라고 지시한 지 1분 만에 손 볼 데가 거의 없는 완벽한 기사를 내놓았다. 2011년 일본 쓰나미 사태 이후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개발해둔 알고리즘에 따라 썼다.
똑똑한 기계가 맹활약하는 세상이 닥쳤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탐색해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디지털비즈니스센터의 두 교수가 쓴 ‘제2의 기계시대’는 인간과 기계가 공생하는 시대를 이야기한다. 인간이 기계에 밀려나지 않고 기계와 함께 달리는 법을 말한다. 올해 1월 미국에서 원서가 나왔을 때 ‘로봇과 인간의 일자리 경쟁’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화제가 된 책이다.
저자들은 산업혁명을 일으킨 증기기관이 제1의 기계시대를 열었다면, 컴퓨터와 로봇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기술이 제2의 기계시대를 열고 있다고 말한다. 컴퓨터를 사용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이 그 변곡점이다. 무섭도록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그곳은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낙관적이다. 부작용도 있고 걸림돌도 있겠지만 제2의 기계시대가 인류 역사상 유례 없는 풍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제1의 기계시대가 인간의 육체 능력을 강화했다면 제2의 기계시대는 인간의 정신 능력을 강화해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부작용은 이런 것들이다. 제2의 기계시대에 뒤처진 인간 노동자는 실업자가 될 것이다. 인간보다 똑똑하고 일 잘하는 기계가 있는데 굳이 인간 노동자를 쓸 이유가 없으니까. 데이터 보안과 개인 사생활 보호도 숙제다. 컴퓨터 바이러스에서 경험했듯 복잡한 디지털 네트워크 세상은 사소한 결함이 치명적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 조지 오웰 등이 경고한 ‘빅브라더’ 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 책이 소개하는 똑똑한 기계들을 보면 이게 쓸데 없는 걱정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2011년 미국 TV 퀴즈쇼 ‘제퍼디’에서 우승을 차지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그 뒤 의사로 훈련 받은 데 이어 지금은 요리사에 도전 중이다. 의사 왓슨은 하버드의대와 존스홉킨스 의대 병원에서 의사들의 동료로 일하고 있다. 새로운 음식의 요리법을 개발하는 요리사 왓슨은 올해 7월 앱이 나왔다. 사람보다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운전하는 구글 무인자동차, 사람이 말을 걸면 알아듣고 시킨 일을 해내는 애플 아이폰의 음성인식 기능 시리(Siri), 공장에서 주변을 살피고 알아서 척척 일하는 인간형 로봇도 등장했다. 저자들은 이런 사례들이 앞으로 벌어질 더 놀라운 광경의 준비 운동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기계와 경쟁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으로 이 책이 권하는 방법은 단 하나,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인간만 가진 능력 중 으뜸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일이다. 교육도 이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읽기, 쓰기, 셈하기 능력을 키우는 초등교육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보다는 아이디어 떠올리기, 큰 틀의 패턴 인식, 가장 복잡한 의사 소통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또다른 큰 문제가 있다. 정보기술 격차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는 사태다. 지금의 정보기술은 노동보다 자본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더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제2 기계시대를 여는 디지털 기술은 풍요의 엔진이면서 격차의 엔진이다.
저자들은 기술의 진보로 부와 소득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통계를 들어 지적한다. 2012년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미국 총소득의 절반 이상을 상위 10%가 가져갔다. 현재 상위 1%의 1%, 그러니까 맨꼭대기 0.01%가 번 소득은 총소득의 5.5%로 1927~28년 이래 2011~12년 사이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0.01%는 대부분 디지털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는 개발자와 투자자들이다.
책은 제2 기계시대의 부작용을 완화할 방안을 다루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격차를 줄이면서 풍요를 촉진하려면, 뒤처지는 사람이 되도록 없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제안한다. 제2 기계시대 초기에 더 커질 수밖에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본소득제, 역소득세 같은 복지와 세금 정책을 언급한다. 그러나 제2 기계시대가 성숙하면 이런 조치로 안 된다. 최종 해결책은 인간만의 창의성을 살리는 것이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책의 마지막 문장에서 기운을 얻을 수 있겠다. 저자들은 지금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 따라 앞으로 다가올 세계의 모습이 결정될 것이라며 이렇게 썼다. “기술은 운명이 아니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 손에 달렸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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