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민주정이다. 선거가 정치의 전부다. 준(準)도박판에서 정책은 구색이다. 감정만 읽으려 한다. 타짜의 꿈은 제왕이다. 일확몽이 영글면 못 꺾는다. 지금이 개헌 골든타임이다.
“정치권의 개헌논의가 아연 활기를 띠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개헌논의로 국가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힌 게 직접적 계기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CBS 노컷뉴스 조사에서 국회의원 231명이 개헌에 찬성인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한 것이었다. (…) 박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여러 차례 고개를 들었다가 탄력을 받지 못해 물 밑으로 가라앉은 개헌논의를 다시 공론의 장에 일으켜 세웠다. (…) 현재의 개헌논의 보도에 앞선 관련보도는 지난해 5월이 마지막이었다. (…) 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정부 개헌논의가 아닌 국회 개헌논의를 행정부가 하라 말라 간섭할 수 없다”며 “정부는 국민투표 과정에서 국민에게 찬반을 얘기할 수 있어도 논의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이재오 의원의 반발에서 은근한 반가움의 기색을 느끼는 이유다. 그는 “대통령은 국민이 직선으로 뽑아 외교ㆍ통일ㆍ국방을 담당하고, 국민이 뽑은 국회에서 의석 수에 따라 내각을 구성하자”며 “직선제 5년 단임제를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뤘으니 권력을 나눠 소수와 약자도 참여하는 합의적 민주주의를 만드는 게 제2의 민주화 운동”이라고 할 말을 몽땅 쏟아 부었다. (…) 세월호 정국에서 판정패를 기록한 새정치민주연합에도 좋은 기회다.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박지원 의원 등이 교대로 나서서 “세월호 특별법 가이드라인에 이은 개헌 가이드라인 제시는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처사”,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는 것이 국가개조의 핵심”이라고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 개인적으로는 개헌논의에 반대하기는커녕 박지원 의원의 말처럼 개헌논의에 골든 타임이 있다면 지금이 그때라는 생각이다. 2016년 4월 총선 때까지의 ‘정치 공백’ 때문이다. ‘원 포인트 개헌론’마저 시들해진 마당이어서 국민적 무관심이 큰 걸림돌처럼 보이지만, 그 동안의 개헌논의는 여야, 또는 여야 내부의 정치적 이해 충돌에 걸려 좌초했다. 선거가 없는 20개월을 놓치고 나면 골든 타임을 다시 찾기 힘들다. 다만 이왕 본격적으로 시작할 거면 진득하고 깊게, 그리고 길게 해야 한다. (…) 2009년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 직속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이원정부제와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라는 복수안을 제의한 바 있다. 국회가 이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어온 바람인 순수 의원내각제까지 포함해서 논의할 수 있길 바란다. 또한 잦은 개헌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고려하면, 개헌논의를 권력구조에 국한해서도 안 된다. 다양한 분야의 현실 변화를 반영, ‘21세기형 헌법’에 담아야 할 내용을 지금부터 폭넓게 논의해 보자.”
-개헌논의(한국일보 ‘황영식의 세상만사’ㆍ논설실장) ☞ 전문 보기
“개헌론이 움직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반대했다. ‘블랙홀’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국회는 그칠 기색이 아니다. (…)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분권형 개헌’이다. 대통령은 외교ㆍ국방만 맡고, 내정은 내각제 방식의 총리가 담당하는 구조다. (…) 학자들이나 국회의원들은 ‘분권형’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염증이다. (…) 노무현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은 ‘4년 중임 대통령제’였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것도 4년 중임제다. 국회의 개헌안은 분권형이다. (…) 정치인에게 개헌은 이해관계다. 쉽게 말해 ‘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다. ‘그렇다’고 생각되면 분권형 개헌에 반대다. (…) 대통령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개헌은 어려워진다. 유력한 차기 후보가 등장하면 내각제나 분권형을 거부한다. (…)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후보는 중임제 개헌조차 반대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나 박근혜 후보가 그랬다. 미래 권력이 반대하면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 정작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가. 지탄의 대상인 국회에 더 큰 권한을 넘길 건가. 협상과 타협의 정치력은 바닥났다. (…)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현상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결과물이다. 대통령 선거는 모든 것을 건다. 선거에서 패배한 당은 곧바로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 다음 선거만 생각하고 흔든다. (…) 국정 마비의 일상화다. 권한을 나누면 책임을 나눌 수 있다. (…) 모든 것을 건 대통령 선거인데도 신중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도 아니다. 지역주의 같은 비이성적 요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 (…) 지역주의가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선거 때마다, 특히 5년마다 전국적으로 지역 대결을 벌이는데 바람이 잦아들 수 있겠는가. 정책보다 지역으로 연대를 해야 한다. (…) 나라의 반쪽에 사실상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구조는 정상이 아니다. (…) 대통령제에서는 사람을 키우기도 어렵다. (…) 인물을 키우기는커녕 한꺼번에 탕진하는 구조다. 정치투기꾼만 양산한다. (…) 정권 탈환만 노리니 레임덕이 점점 빨라진다. 2016년 4월엔 총선이다. 내년 후반엔 총선 준비에 들어간다. (…) 개헌 방향을 솔직히 털어놓고 공론에 붙여 보자. 개헌 얘기를 한다고 다른 일을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나서는 것도 아니다. 지지 여론이 없다면 접으면 될 일이다. 국민이 원한다면 피할 이유가 없다.”
-‘솔까말’ 개헌 이야기(중앙일보 기명 칼럼ㆍ김진국 대기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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