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증 앓던 군인이 훈련 중 입은 부상, 공무상 재해

입대 전부터 기면증 앓던 군인이 훈련 중 입은 부상, 공무상 재해

입대 전부터 갑자기 졸음에 빠지는 ‘기면증’을 앓던 군인이 훈련 도중 생긴 사고로 입은 부상도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 조용구)는 배모(32)씨가 서울지방보훈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일부 승소 판결했다.

육군에 입대해 하사로 복무하던 배씨는 정신교육 시간에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고 졸다가 부딪히는 경험이 계속되면서 2003년 7월 기면병 진단을 받았다. 군 병원에서의 입원 치료를 거부 당한 후 복무를 계속하던 배씨는 행군 도중 넘어져 나무에 부딪히거나 체육활동 중에 공에 맞아 다치는 등 사고가 잇달았다. 특히 2006년 9월 야간 산악 행군 도중 바위에 걸려 굴러 넘어지기도 했다. 배씨는 고막이 파열되면서 이명과 난청 증상을 겪었고 오른 쪽 손목에도 통증이 생겨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하자 서울지방보훈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배씨가 기면증 증세를 보임에도 소속부대로부터 군 병원 치료와 업무량 조정 등 적절한 배려를 받지 못한 상태로 교육훈련을 받거나 직무수행을 계속했다”며 “각 상이와 군 공무수행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군 복무기간 중 기면증 악화와 허리ㆍ목 등의 통증도 공무관련 상이에 해당한다는 배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 및 인과관계 입증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