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병원과 동네의원 등 보건의료 사업장의 여성노동자들이 임신기간에도 하루 평균 9.8시간씩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 5명 중 1명은 병원이 부서장 지시 아래 임신 순서를 정하는 ‘임신 순번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10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3∼5월 국내 62개 의료기관의 노조 조합원 중 최근 5년 내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 조합원 1,800여명 중 대상으로 모성보호 실태 등을 비롯한 근로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중 369명(21.9%)는 임신 기간 야근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238명(12.3%)은 출산휴가 3개월도 다 사용하지 못한 채 조기 복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임신 후 업무과중으로 유·사산을 경험한 응답자는 331명(18.7%), 업무과중과 스트레스로 난임 또는 불임을 겪는 여성노동자는 317명(16.7%)에 달했다.
반면 출산 후 육아휴직을 사용한 조합원은 14%불과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여성노동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없는 회사 분위기’(20%)와 ‘인력부족으로 인한 동료 불편’(16.9%)를 꼽았다.
심지어 간호사의 경우 17.4%는 부서나 사업장 내에서 동료들과 순번을 정해 임신하는 임신 순번제가 있다고 답했다. 윤은정 정책부장은 “순번제를 거부하거나 임의로 임신한 경우 대부분 근무표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타부서로 이동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임신 순번제 등을 지키기 위해 원치 않는 피임을 했다는 응답자도 221명(12.3%)이나 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저출산 사회에서 임신 순번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은 보건의료 여성 노동자의 노동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준다”며 “정부가 임신기간 근로시간단축제도를 시행했지만,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못 쓰는 현실에서 모성보호정책은 그림의 떡일 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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