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애플 지음ㆍ강회룡 김선우 박원순 이형빈 옮김
살림터 발행ㆍ352쪽ㆍ1만6,000원
사회 지배집단과 억압받는 사람 관계
교육ㆍ사회 결합한 월마트 예로 들어
1979년 ‘교육과 이데올로기’를 출간한 마이클 애플이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가지고 돌아왔다. 새 책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는 제목 그대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 교육이 가지는 힘과 역할을 다룬다. 그간 여러 저서를 통해 사회의 지배집단이 한 사회를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기 위해 교육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보여주었던 저자는, 그렇다면 그 반대로 진보 지식인들도 교육을 사회의 경제ㆍ정치ㆍ문화 변혁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독자가 책장을 넘기기 전 몇 가지 정리해야 할 키워드가 있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관계적으로 생각하기’다. 사회의 지배집단과 그 권력에 의해 억압받는 사람들의 관계를 교육을 매개로 설명하는데, 그간 공고히 쌓여온 우파식 헤게모니는 바로 이 ‘관계적으로 생각하기’를 통해 이해되고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우파에게 배우기’라는 화두를 정면으로 내세운 6장 ‘미국을 월마트처럼 만들기’에서는 미국 복음주의의 상징인 월마트가 교육을 이용해 어떻게 지역공동체, 더 나아가 사회전반을 변화시켰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월마트가 지역 대학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 대학 출신에게 승진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대학의 구원자’로 떠오르면서 대학기반 친기업단체인 ‘자유기업에 있는 학생들(SIFE)’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SIFE는 지역 공동체 봉사 등을 통해 대중에게 호감을 얻고, 이들은 다시 선거철 동안 ‘약속의 투표용지’를 지역 주민에게 나눠준 뒤 친기업 후보에게 투표를 하도록 독려한다. SIFE는 지역 초ㆍ중학교를 찾아 친기업 강연을 하는 등 어린 학생들의 사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특정 세력이 시켜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월마트와 대학이 결합해 학생들을 친기업 성향으로 체화한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이 교육을 활용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5장 ‘이미 이룬 변혁을 유지시키기’는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시민학교를 예로 들며 사회를 좌파적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을 소개한다. 1989년 주민참여행정을 도입한 이후 포르투알레그리의 학교들은 도시의 가장 빈곤한 지역에 세워져 ‘교육의 상업화’에 저항하는 상징이 됐다. 교육청의 활동원칙은 교사, 학교 행정가와 직원, 학생, 학부모에 의해 집단적으로 만들어졌고 시민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주민교육의회’라는 민주적 포럼에 의해 결정된다. 구체적인 시스템 정비도 뒤따랐다. 대표적으로 전통적인 학년진급 방식 대신 6~16세 학생을 아동기, 청소년기 이전, 청소년기 등 세 주기로 나눠 일년 단위의 낙제제도를 없앴다.
저자는 또 다른 예시로 7장 ‘비판적 교육, 진실을 말하고 반격하기’에서 한국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든다. 저자는 포르투알레그리 교육시스템과 전교조 활동을 관통하는 개념을 ‘탈중심 연합’이라고 설명한다. 중앙집중적으로 동원되는 주체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개혁의 역할을 수행하다 필요에 따라 연합체를 형성할 수 있는 각성된 주체들에 의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책 곳곳에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젖어있던 가정에서 태어나고, 한국을 방문했다가 안기부 요원의 감시를 받는 등 저자의 특이한 개인사가 담겨있다. 이로 인해 자칫 보편성을 잃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2~4장에서 파울로 프레이리, 조지 카운츠, 듀보이스 등 역사 속 교육 사상가들의 이론을 소개해 담론과 일화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췄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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