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효과’ 지난달 우리나라 또 제쳐
“자국 물량 수주 일시적 현상” 분석도
국내 조선사의 지난 9월 선박 수주량이 일본에 또다시 밀렸다. 월별 수주실적에서 일본에 밀린 것은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중국과 1위 다툼을 벌이는 우리나라가 일본업체의 공세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선박 수주량은 42만1,528CGT(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수정환산 톤수)로 전세계 시장점유율 20.7%를 기록했다. 중국은 92만2,800CGT(45.3%)로 1위 자리를 지켰으며, 일본은 55만1,850CGT(27.1%)로 우리나라를 밀어내고 2위 자리를 꿰찼다.
일본이 지난 4월과 6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우리나라를 제친 만큼 일본 조선업체가 경쟁력을 회복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엔저 장기화로 가격경쟁력을 회복한데다 자국 조선업체간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이미 일본업체들이 종전보다 10~20% 낮은 가격으로 선박을 수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지난 2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도 일본의 점유율 상승과 대비된다.
그러나 일본의 점유율 상승은 자국에서 발주한 물량을 수주한 것에 대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7, 8월 우리나라가 점유율 41.9%와 44.2%를 기록해 중국과 일본을 멀찌감치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일본은 점유율이 6.1%와 12.4%에 머물렀다. 국내 한 대형 조선사 측은 “일본업체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경쟁에서 한국업체를 이겼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며 “북미 셰일가스를 일본으로 실어오기 위한 선박을 일본 조선업체에 발주한 영향이 점유율 상승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형 조선사의 경우 일본업체와 경쟁품목이 적은데다 수년 치 일감을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엔저의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나 중국 조선업체도 전반적으로 경영사정이 안 좋기 때문에 점유율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며 “전세계적인 발주물량 증가와 선가회복이 실적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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