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서비스' 장기요양등급자도 받아, 치료 목적은 간 데 없고 투숙시설로
행위별 아닌 입원일수별 수가제 등 느슨한 제도가 도덕적 해이 부추겨
노인장기요양보험 3급 판정을 받은 나모(67)씨는 지난해 1년 365일 내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나씨에게 들어간 건강보험급여는 5,700만원에 달했다. 차상위계층인 나씨는 본인부담금도 지원받아 나씨가 1년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병원에 낸 돈은 73만원 뿐이다.
질병이나 신체기능 저하로 간병 등 돌봄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자들이 6개월 이상 장기 입원하면서 치료 목적의 요양병원이 투숙시설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장기요양등급 판정자 중 인지장애, 신체기능저하 환자 등은 요양시설로 가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환경이 좋거나 입소 대기시간이 짧은 요양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면서 치료 대신 요양 기능만 강화됐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2012~2013년 장기요양등급자 건강보험 적용 요양병원 입원현황’에 따르면, 요양병원에 입원한 장기요양등급자는 지난해 4만4,249명으로 전체 등급자 37만8,493명의 12%였다. 같은 기간 전체 요양병원 입원환자 23만7,041명 중 ‘문제행동, 인지장애, 신체기능저하군’에 속한 환자는 4만4,994명(20%)이었다. 의료계의 기준으로 10명 중 2명은 의학적 치료보다는 간병 등 요양서비스를 더 필요로 하는데도 치료 목적의 요양병원에 머무는 셈이다.
간병서비스가 필요한 장기요양등급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늘어나면서 건강보험급여 지급액도 크게 증가했다. 2012년 3만7,538명이었던 장기요양등급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지난해 15% 증가해 건보공단이 지난해 요양병원에 지급한 총 급여는 4,530여억원으로 2012년 3,670여억원보다 860억원 늘었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만성질환 등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의 입원비를 건강보험급여로 받는다. 간병 등 돌봄서비스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장기요양보험급여가 투입된다.
요양병원이 이처럼 ‘치료’와 ‘돌봄’을 구분하지 않고 노인과 그 가족의 입원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은 현행 수가제에 따른 ‘돈벌이 유혹’ 때문이다. 요양병원은 행위별수가제가 아닌 ‘입원일수별 수가제’가 적용돼 장기 입원하려는 장기요양등급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장기입원을 막기 위해 시행되는 수가 감산제도 느슨하다. 현재 요양병원 입원기간이 181~360일인 환자에 대한 수가 감산은 입원료의 5%, 361일 이후는 10%에 불과하다. 때문에 요양병원 입원자 34만여명(지난해~올해 5월) 중 12만명(35.6%)이 180일 이상, 6만명(18%)이 361일 이상 장기 입원하고 있다.
최동익 의원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는데 노인성질환자들의 혼재를 못 막는 제도가 문제”라며 “장기요양보험등급 판정 단계에서 질환 중증 여부 판단뿐 아니라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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