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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서 집단폭행·사우나서 행패… 동네 조폭 '봉천동 식구파'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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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서 집단폭행·사우나서 행패… 동네 조폭 '봉천동 식구파' 검거

입력
2014.10.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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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보복 두려워 신고 못해 기승

운동복 차림에 금목걸이를 한 건장한 남성 4명이 지난달 10일 새벽 서울 신림동의 한 불닭발집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봉천동 일대 폭력조직 ‘봉천동 식구파’의 일원들. 술자리가 무르익자 임모(39)씨 등 3명은 갑자기 이모(40)씨를 집단폭행하기 시작했다. 감옥에 있는 조직원들에게 사식을 넣거나 영치금으로 쓰라고 준 돈 수백만원을 이씨가 개인적으로 썼다는 이유였다. 이씨는 치아 6개가 부러졌고 입술도 30여바늘을 꿰매야 했다. 이씨도 소주병으로 임씨의 머리를 내려쳐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이들의 폭행으로 가게는 아수라장이 됐지만 주인과 손님 6명은 불똥이 튈까 싶어 숨을 죽이고만 있었다.

또 다른 조직원 최모(40)씨는 같은 달 16일 새벽 봉천동의 한 사우나에서 행패를 부렸다. “탈의실에 전용 옷장을 제공해 달라”는 최씨의 요구를 종업원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최씨는 양팔의 문신을 지운 흉터를 종업원과 손님들에게 보이며 “조직원들을 데려오겠다”고 협박했다. 분에 못이긴 최씨가 손수레 등 업소 물품들을 집어 던지며 20여분간 난동을 부리자 안에 있던 손님들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업소를 빠져 나갔다. 최씨의 만행은 지난달부터 1주일에 한 번 꼴로 계속돼 왔지만 사우나 측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동네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입혀온 ‘동네 조폭’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집단상해 혐의로 임씨를 구속하고 폭행에 가담한 이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또 업무방해 혐의로 최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임씨 등이 몸담고 있는 식구파는 봉천동 일대에서 활동하던 폭력조직 ‘봉천동 사거리파’와 ‘현대시장파’가 2001년 통합된 것으로, 경찰은 조직원이 40~5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봉천동 일대 재개발 공사 등 이권에 개입하고 가짜 석유를 판매하며 세력을 확장해온 것으로 알려진 식구파는 2012년 서울고법으로부터 범죄단체 등의 구성 및 활동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동네 조폭은 규모가 작지만 시민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기업형 조폭보다 더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에서 계속 마주쳐야 한다는 생각에 주민들은 동네 조폭을 신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탐문수사를 통해 폭력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상습 폭력배도 집중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달 3일부터 100일간을 ‘동네 조폭 단속기간’으로 정하고 본격적인 검거에 나섰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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