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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전쟁 뺨치는 입대전쟁… 2등급도 줄 잘못 서면 '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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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전쟁 뺨치는 입대전쟁… 2등급도 줄 잘못 서면 '열외'

입력
2014.10.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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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고공비행, 공군 9대 1 카투사 7대 1

합리적 차별? "인성 등 도외시" 비판 거세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유호상(28)씨는 6전7기로 공군에 복무한 예비역이다. 공군은 2011년 3월 첫 지원 이후 6번이나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고교 내신이나 수능 성적(100점)에 가산점(20점)을 더해 선발하는 공군에서 그는 적격자가 아니었다. 성적이 좋지 않은 유씨는 운전병, 사진병으로 특기까지 바꿔 지원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결국은 노동강도가 높은 시설병으로 지원, 7수만에 공군에 들어가 병역을 마쳤다. 그렇지만 유씨는 “부모님도 사고 많은 육군보다 공군을 원했다”며 “6번이나 떨어져 초조했지만 그래도 공군에 입대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육군이 아닌 공군, 해군 등에 지원병이 쇄도하면서 유씨처럼 군대에 가는데도 수 차례 고배를 마시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인터넷에는 탈락했다는 하소연까지 줄을 잇는다.

폭주하는 지원자, 합격선은 하늘로

최근 공군, 해군의 높은 지원율은 육군이 가혹행위, 총기사고로 시끄러운 데 따른 반사효과인 측면이 크다. 비교적 신사적인 내무 생활과 외박, 휴가가 잦은 것도 큰 배경이다. 복무기간이 육군보다 3개월 긴 24개월이지만 안전하고 편한 군대란 인식이 자리잡았다. 해군의 경우 작년 2월 4.1대 1이던 경쟁률이 올 2월 6.5대1로, 공군은 작년 1월 3대 1에서 올해 1월 9.2대 1로 치솟았다. 때문에 고교 성적이 기준인 합격선은 여느 대학 수준 이상으로 높아졌다. 공군의 경우 올해 3,7,8월에 입대한 일반병 합격선이 각각 90.28점, 89.5점, 89점을 기록했다. 공군의 성적 계산(과목별 등급 점수의 합/과목 수)에 따르면, 수능 1등급이 96점, 2등급이 89점이다. 결국 수능에서 전 과목 2등급을 받았더라도 3,7월 입대에서는 떨어지고, 8월 역시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수능 2등급은 많은 대학 입시생의 목표인 ‘인(in) 서울’이 가능한 점수다.

카투사, 의무소방, 의경도 마찬가지

과거부터 카투사, 의무소방은 모집 시즌만 되면 지원자로 넘친다. 카투사는 경쟁이 치열하자 토익(TOEIC) 780점만 넘으면 추첨으로 선발하도록 제도를 바꾸었다. 그러나 미군과 생활하며 영어 실력을 키우고 주말마다 외출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높은 경쟁률이 지속되고 있다. 11월 6일 2,070명 추첨 선발을 앞둔 올해 카투사의 경우 이미 1만5,688명이 지원해 7.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토익 780점은 대학교 1,2학년이 획득하기에 쉽지 않은 점수여서, 통역병과 함께 카투사 입대를 위한 사교육 시장까지 존재한다. 영어 능통자에 해당돼 지원자가 많지 않은 통역병 역시 경쟁률이 높아 군사전문용어 등을 가르치는 학원이 등장해 있다. 의방으로 불리는 의무소방도 마찬가지여서 체력 시험과 국어, 국사, 일반상식, 소방상식으로 이뤄지는 필기시험이 까다롭지만 매년 높은 경쟁률을 유지한다. 2015년 폐지를 앞둬 후임 없는 군생활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경험과 편안한 내무생활이 알려지면서 올 3월 5.45대 1이던 경쟁률이 9월에는 7.67대 1까지 올라갔다.

가혹행위 근절한 의경, 육군 대체 부상

육군과 동일하게 21개월 복무하는 의무경찰에도 과거와 달리 지원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경쟁률이 2대 1 미만이었으나 올해는 13.9대 1로 급등했다. 선발기준이 인성, 적성, 체력시험으로 다양하지만 비교적 까다롭지 않은 것도 이유다. 하지만 이 보다는 2011년 의경 구타사망 사건 이후 경찰이 대대적인 가혹행위 근절에 나선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게 의경 지원에 전환점이 됐다. 그러나 공군 해군과 함께 의경에 대한 선호는 결국 사고 많은 육군에 대한 기피, 탈(脫)육군이란 흐름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군에서도 당연한 성적 줄세우기

고교 성적이 우수 병사를 가르는 기준이 된 데는 효율성과 편의, 서열화된 사회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사선발을 위한 별도시험에는 예산과 인력 부담이 커 현재로선 마땅한 대체 기준을 설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군인 기초소양을 평가할 여력이 없어 사회에 관행화된 합리적 차별을 차용했다는 것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내신성적이나 수능성적은 수십 년 이상 우수자원을 선발하는 검증된 기준이다”고 강조까지 했다. 하지만 장병 선발이 고교 성적에 좌우되는 지금 현실에 대한 비판은 거세다. 고교 시절 국어 영어 수학 국사 점수와, 군 생활에 필요한 소양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군에서는 타인과 조화롭게 생활하는 ‘인성’이 강조되고 있다. 공군 예비역 병장인 차원호(28)씨는 “공군 역시 사병에게 주어진 일이 막일에 가까워 머리보다는 인내와 협동심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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