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ㆍ매매 수수료 역전 현상 해소, 수수료 체계 정률제로 전환..."
소비자들은 환영하지만 중개업계 "생존권 위협" 반발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중개보수체계 개선 방안을 이달 중 확정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부동산 중개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부의 개편 방향이 사실상 중개수수료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해당사자인 8만여개의 공인중개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중개보수체계 개선을 위해 공인중개업계와 시민단체, 학계 전문가들을 모아 공청회를 열고 이달 중 최종안을 발표,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 공청회에서는 8월 정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한 개편안이 안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안에 포함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알려졌다. 우선 주택 매매와 임대차 거래 사이에 중개수수료 ‘역전 현상’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수수료 제도에 따르면 3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를 할 경우 중개수수료로 최대 0.8%인 280만원을 내야 한다. 전셋값이 3억원 이상인 경우는 상한요율을 0.8%로 규정해 놓고 있어서다. 그런데 3억5,000만원짜리 집을 샀다면 내야 할 수수료는 매매대금은 0.4%인 140만원을 넘길 수 없다. 주택 매매가격이 2억~6억원 사이인 경우 수수료 상한선이 0.4%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0년도에 수수료 체계가 개편돼 그간 주택·전세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가격과 관계없이 중개 서비스 수준이 동일한데도 소비자들이 과다하게 누진적으로 수수료를 부담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고 구간의 수수료율을 낮추고 매매의 경우 6억~9억원의 최고구간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바꾸는 것도 추진한다. 현행 체계는 해당 가격대의 상한요율만 제시하고 중개업소와 의뢰인이 협상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한요율 부근에서 수수료가 형성되고 중개업소가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3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하면서 중개업자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중개의뢰인에게는 수수료를 0.5%인 175만원 정도로 할인을 해주고, 사정이 불리한 의뢰인에게는 최고요율(0.8%)인 280만원을 받는 등의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문제를 없애기 위해 정부는 해당 가격대마다 수수료율을 못박는 정률제를 시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마지막으로는 오피스텔 중개수수료를 구간별로 세분화하는 방안이다. 오피스텔은 실제 주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도 현재는 상가와 같은 주택 외 건물로 분류돼 최고 0.9%의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다. 전세가격이 2억원인 오피스텔을 계약할 경우 최대 180만원의 수수료를 내야하는 것이다. 오피스텔의 경우 전세계약이 1년인 경우가 많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수수료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오피스텔에도 일반주택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중저가 오피스텔 계약 시 수수료 부담이 현재보다 절반 이상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수수료요율을 대폭 낮추는 조례안을 추진했다 중개사협회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사례도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측은 공청회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대안으로 제시해 정부와 절충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정부안대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 상당수 중개업소들이 당장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설사 수수료를 낮추더라도 업계의 생존을 위한 다른 방향의 보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 경기 침체로 중개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정부가 수수료 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비자 부담을 낮추면서도 공인중개사들이 큰 타격은 입지 않는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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