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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가 찜찜...나라장터 이용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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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가 찜찜...나라장터 이용해볼까

입력
2014.10.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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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업체 등 입찰과정 인터넷 공개, 입주자 대표ㆍ업체 유착 차단 효과

전국 아파트단지 2000곳 이용, 관리비 유용ㆍ업체간 담합은 못 막아

세종시 한솔동에 자리한 1,240세대 규모의 첫마을 5단지 아파트는 지난 6월 단지 내 청소를 맡을 용역업체 선정을 위해 온라인 입찰 사이트인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를 이용했다. 청소부 15명의 인건비만 총 3억원이 넘는 큰 금액인 만큼, 입찰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실제 나라장터에는 입찰공고 당시 관리사무소가 올린 업체 선정기준은 물론 개찰 후 업체들이 제시한 가격이 모두 공개됐고, 이 가운데 최저가를 적어낸 한 곳이 최종 선정됐다. 이 아파트 박상희 관리소장은 “주민들이나 업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과정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배우 김부선씨의 난방비리 폭로로 아파트 단지 내 조달이나 관리비 비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2년 정부와 공공기관에 공급되는 물품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공급하기 위해 구축된 나라장터는 작년 10월 아파트 단지와 영농ㆍ영어조합 등 민간에까지 개방했다. 지난달 말 기준 나라장터에 등록된 아파트 단지는 1,932곳. 전체 등록 민간수요자(2,080곳) 가운데 93%에 달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입찰공고는 전국 아파트들이 관리비를 등록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사이트에 올렸지만 가장 중요한 입찰가격을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접수 받았다. 입주자대표나 관리사무소가 참여 업체를 다 알 수 있었다는 얘기다. 최종 결과도 낙찰 업체만 공개했다. 입찰 과정에서 어떤 비리나 유착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라장터를 이용하는 경우 입찰 과정과 결과의 신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어떤 업체가 얼마에 지원했는지 마감 전까지 입주자대표든 관리사무소장이든 전혀 알 수 없는 반면, 개찰 직후엔 개별 업체가 제시한 가격이 모두 공개돼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10년 경력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이전에는 업체들이 입주자대표나 관리소장과 끈을 만들기 위해 얼굴 도장을 찍느라 바빴고 일부 금융 향응제공도 있었다”며 “하지만 전자입찰 도입 후엔 최종 낙찰 후 계약할 때 한 번 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나라장터는 부실업체를 걸러내는 기능도 한다.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선 나라장터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해당 업종과 관련한 사업자격을 갖췄는지 여부 등 기준이 까다롭다. 이런 1차 관문을 통과해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3년 전 보수 공사에 부실업체가 낙찰돼 곤욕을 치러야 했던 서울 목동 파라곤 아파트는 올해부터 모든 공사업체를 나라장터를 통해 선정한다. 입주자대표 오호석씨는 “주 기둥에 대리석을 붙이는 공사를 진행하다가 낙찰된 업체가 부도로 공사를 중단하면서 주민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며 “올해부터 나라장터로 바꾸면서 이런 문제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 절감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대전 향촌 현대 아파트의 경우 총 2억5,000만원 규모의 폐쇄회로(CC)TV 설치공사를 하면서 나라장터를 통해 5,000만원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물론 한계는 있다. 관리사무소 및 입주자대표와 업체 간 접촉은 최소화 했지만 업체끼리 담합을 하는 경우엔 여전히 적발이 쉽지 않다. 조달청 측도 “나라장터가 입찰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해주지만, 업체들이 나눠먹기 식으로 담합에 나서는 경우까진 막지 못한다”고 인정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관리금 유용이나 횡령 등 입찰 이외에 다른 비리도 많은 걸 감안하면 나라장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한다”며 “입주자대표회의 내 감사 기능 강화 등 관리ㆍ감독 시스템을 갖춰가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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