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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살공화국’ 오명 벗으려면

입력
2014.10.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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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월 10일은 ‘세계 정신건강의 날’이다. 정신건강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날이다. 기념일을 맞는 마음은 무겁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벌써 10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자살률 수치는 감소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자살은 전 세계적으로는 전체 사망 원인의 15번째 원인이지만 한국에서는 4번째에 올라 있다. WHO는 자살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치로 자살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음주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저조하다.

질병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장애와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질병부담이 가장 큰 10대 질병에는 심장병ㆍ암ㆍ치매 등과 함께 우울증ㆍ알코올 중독ㆍ조현병 등의 정신의학적 질환이 다수 포함된다. 이러한 주요 정신장애의 75%는 25세 이전에 발병하고 절반가량은 15세 이전에 발생하고 있다. 20대 전후 청년들의 4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청년 시기의 전체 질병부담 중 약 70%가 정신건강의 문제로 보고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 연령대의 젊은이들이 정신건강에 대한 검진과 치료를 받는 비율은 아주 낮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매우 크다. 학업에 대한 부담에다 왕따나 학교 폭력 등 교우 관계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도 작지 않다. 20대 청년이 되면 취업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군대라는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상담 받고 도움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 사춘기의 일시적 방황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시키기도 하고,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질병을 키우는 경우도 흔하다. 예방보다 효과가 더 큰 치료법은 없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해 치료 시작 시기가 외국에 비해 상당히 늦다. 우리나라 10~30대의 가장 빈번한 사망원인이 자살인 것을 고려하면 보다 나은 우리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와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호주정부는 최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적극 확대하고 나섰다. 2011년 22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하는 이른바 ‘국가정신보건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이 정책의 핵심적 내용은 20대 전후 청년층의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이의 관리 및 치료를 전담하는 기구를 설립하고 관련 시설을 확대하는 것이다. ‘조기 정신증 예방 및 중재센터’와 ‘헤드스페이스(headspace)’가 바로 그것이다. 자살률이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인 호주가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에 초점을 맞춘 예산을 2조원 넘게 집행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복지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질병을 만성화되기 전에 예방하고 조기 치료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결국 의료 및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정신건강증진센터가 기초자치단체마다 설치돼 있지만 인력이 대부분 5명 안팎에 머물러 집중적인 조기중재 사업을 펼치는데 한계가 있다. 10년째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정신보건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면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보건 예산은 소모적 예산이 아닌 사회ㆍ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데 필수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이 보다 밝은 사회와 미래를 위한 필수적 요소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정부도 더욱 적극적인 정신보건정책을 펼쳐갈 수 있을 것이다.

김성완 전남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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