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지원 주장하는 쿠르드계와 반대하는 헤즈볼라 충돌 19명 숨져
터키, 탱크 배치하고 통금령 내려
美 "공습만으론 코바니 사수 못해"
터키와 접경한 인구 40만명의 시리아 도시 코바니가 터키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쿠르드족인 코바니가 이슬람국가(IS)의 점령 위기에 처하자 터키 정부의 적극적 대처를 촉구하는 쿠르드계 터키인의 시위가 격화하면서 다수의 사망자까지 나오고 있다.
터키 언론들은 8일 터키 정부가 코바니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쿠르드계의 항의 시위 과정에서 군사대응 찬반 세력 간 충돌이 벌어져 19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쿠르드족이 다수인 동부 도시 디야르바크르 등에 통행금지령이 내려지고 탱크가 배치되는 등 소요사태가 심각하다고 터키 언론들은 전했다.
IS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반대하는 터키 헤즈볼라의 지지자와 군사적 행동을 주장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ㆍ인민민주당(HDP) 지지자의 충돌이 이번 유혈사태를 불렀다. 터키 헤즈볼라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로 쿠르드계와 앙숙이다. PKK은 쿠르드계의 독립을 주장하는 터키내 반군 세력이며 HDP은 쿠르드계 정당이다. 쿠르드계가 다수인 시위대가 “살인자 IS, 협력자 AKP(집권 정의개발당)”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자 PKK와 HDP에 반대하는 헤즈볼라 세력이 시위대를 공격하며 양측의 충돌로 번졌다.
터키 쿠르드계의 수도격인 디야르바크르에서만 헤즈볼라 지지자 5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졌다. 디야르바크르는 7일 밤 10시부터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으며 도심에는 탱크가 배치돼 군인들이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6일에도 시리아 내 쿠르드족 지원을 주장하는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충돌해 9명이 숨졌다.
터키에서 군사행동을 두고 유혈충돌이 빚어진 가운데 IS의 코바니 공략은 다시 강도를 더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전선 공습으로 코바니 외곽으로 물러났던 IS는 이날 다시 코바니에 진입해 쿠르드 민병대와 치열한 교전을 재개했다.
IS에 맞서 싸우고 있는 쿠르드족 민주동맹당(PYD) 아샤 압둘라 공동의장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오늘 밤 탱크를 비롯한 중화기로 무장한 IS가 코바니의 두 구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BBC방송은 IS가 코바니 동부 지역에서 일부 건물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BBC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를 인용해 IS가 시내 중심부에서 10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으며 본거지인 락까에서 지원군이 오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미국도 어두운 전황을 전했다. 전략적 요충지인 코바니를 공습만으로는 사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공중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공습만으로는 코바니를 구할 수 없다”며 “코바니가 IS에 함락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코바니에서 IS를 상대하고 있는 쿠르드 민병대원들은 AK47 소총만으로 3주 동안 IS의 탱크와 중화기에 맞서고 있으나 화력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바니는 IS가 터키로 진군할 수 있는 주요 길목이다.
중동에서 IS의 세력 확장을 방치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텍사스주 지역신문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과의 인터뷰에서 “IS가 시리아 내부에 국한돼 있을 때 돈과 능력, 힘을 모으고 성장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