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에 취약" 소방복도 등장… 전달 효과 높여 국감 활력소
내용 없는 관심끌기 그치기도

국정감사를 맞아 올해도 국민과 언론의 시선을 잡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갖은 아이디어가 총동원되고 있다. 각종 소품을 활용한 질의가 전달 효과를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론의 주목도만 높이는 ‘꼼수’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국정감사 첫날인 7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장에는 난데없이 커다란 쥐 한 마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수상 생태계 파괴 실태를 지적하기 위해 ‘괴물 쥐’로 불리는 뉴트리아를 데리고 온 것이다. 이날 증인채택을 둘러싼 환노위 국감 파행으로 뉴트리아는 데뷔 무대를 갖지 못한 채 대기만 하다 돌아갔다.
같은 날 농림축산식품부의 국감장에선 이끼가 등장했다.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은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에게 “이끼 불법단속현황, 생산과 판매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난데없는 이끼의 등장에 이 장관은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에서는 형형색색의 다양한 치약이 책상 위에 올라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어린이용 치약에 별도의 파라벤 허용 기준치를 규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사서 다 맛을 봤다”고 말했고,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도 일부 치약에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넘게 포함됐다며 치약 여러 개를 들어올려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이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장비 실태를 보여주겠다며 화재 진압복으로 중무장한 보좌관을 등장시켰고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도 까맣게 탄 소방복을 들고 나와 “소방복이 화염과 고열에서 쉽게 피부에 눌어붙고 치명적인 독가스를 배출한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국감장에서 연출되는 각종 소품 시연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국감장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심끌기용 쇼에 그치지 않고 내실 있는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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