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횡령·배임·차명재산' 사실상 전면부인
검찰이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이자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혜경(52·여) 한국제약 대표에 대해 9일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지난 7일 미국에서 국내로 압송한 김씨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씨에게 적용한 죄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이다. 또 조세포탈 혐의도 있다.
구속 영장에 적시한 김씨의 혐의 액수는 횡령 및 배임 21억원과 조세포탈 5억원 등 총 26억원이다.
김씨는 상품가치가 없는 유씨의 사진을 회삿돈을 들여 고가에 사들이는 등 한국제약의 자금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자금을 빼돌려 자신이나 친·인척 이름으로 부동산을 산 혐의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씨는 장기간 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체포된 이후 강제추방돼 한국으로 왔다"며 "도주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추후 조사 과정에서 혐의 액수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0일 인천지법에서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전날 조사에 이어 이날 오전 조사에서도 김씨의 횡령 및 배임 혐의 파악에 집중했다.
그동안 검찰이 확보한 김씨의 계좌거래 명세를 비롯해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토대로 김씨의 혐의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이 유씨의 재산으로 보고 가압류한 220억원 상당의 주식과 부동산도 대부분 차명 재산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와 그의 친척 등의 이름으로 된 시가 104억원 상당의 토지 10건(7만4천114㎡)과 비상장주식 120억원 어치를 유씨의 재산으로 판단해 가압류한 바 있다.
검찰은 김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비롯해 김씨가 추가로 숨겨놓은 유씨의 차명재산 파악에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전날 오전 1시간가량 인천지검 회의실에서 유씨 일가 재산환수를 위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이헌상 2차장검사와 정순신 인천지검 특수부장을 비롯해 서울지방국세청, 서울본부세관, 금융감독원 등 관계자 9명이 참석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인 3월 27일 90일짜리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건너갔다.
검찰은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는 김씨가 수차례 소환 통보를 받고도 자진 귀국하지 않자 미국 당국에 요청해 김씨의 체류자격을 취소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령을 내렸다.
김씨는 지난달 4일 오전 11시께(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아파트에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수사관들에게 현지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체포 한 달여 만에 미국에서 강제 추방된 김씨는 지난 7일 오전 2시 35분(한국 시각)께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태워져 송환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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