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 2개월 만에 ‘삼성 악몽’ 탈출
넥센이 약 두 달 만에 사자 악몽에서 벗어났다. 8일 목동 홈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4-3 승리를 거두면서다. 크게 두 가지 의미가 담긴 승리다. 삼성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이겼다는 것, 꽤 오래 담아뒀던 찝찝함까지 떨쳐냈다는 것이다.
지난 8월11일 넥센과 삼성이 맞붙은 목동 구장. 넥센은 6-4로 앞선 8회초 믿었던 한현희가 최형우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얻어 맞았다. 8회말 무사 1ㆍ2루 찬스에서도 결정적인 번트 실패가 나오며 득점에 실패했다. 결국 경기는 연장 10회초 이승엽의 적시타가 터진 삼성의 7-6 승리로 끝났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한 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당시 8회 문우람의 번트 실패가 패인이었다. 문우람은 강정호가 2루에, 김민성이 1루에 있는 상황에서 안지만의 빠른 공에 번트를 대지 못했다. 한 번은 파울, 한 번은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지켜봤다. 이후 ‘안 되겠다’ 싶었던지 염 감독은 작전을 바꿨다. 5구째 런 앤 히트 작전이 나왔다.
하지만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문우람은 헛스윙 삼진 아웃, 3루로 뛰던 강정호마저 태그 아웃 됐다. 사실상 이 장면에서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삼성 쪽으로 넘어갔다. 단 한 번의 찬스에서 결정적인 적시타를 날린 이승엽의 위상만 높여준 꼴이 됐다.
두 달이 지난 8일 목동경기. 넥센은 3-1로 앞선 9회초 마무리 손승락이 동점을 허용했다. 2사 2ㆍ3루에서 나바로에게 중전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손승락이 20승이 날아간 선발 밴헤켄에게 미안함을 표시하는 사이, 넥센의 9회말 공격이 시작됐다.
선두 강정호가 좌월 2루타를 쳤다. 볼카운트 2볼에서 삼성 김현우의 몰린 공을 제대로 받아 쳤다. 후속타자는 문우람. 8회초 대수비로 글러브를 끼었다가 하필 무사 2루 찬스에서 이날 첫 타석을 맞았다.
데자뷰였다. 염 감독은 두 달 전 ‘그날’처럼 문우람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한 번은 파울, 한 번은 엉거주춤 방망이를 내며 순식간에 투스트라이크에 몰렸다. 결과는 낮은 변화구에 헛스윙 하며 삼진 아웃. 두 달전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래도 넥센은 강했다. 연장 10회말 서건창의 놀라운 주루 센스를 앞세워 4-3으로 승리했다. 이번에도 결정적인 작전 실패가 나왔지만 두 번 당하지 않았다. 적장 류중일 감독이 “서건창의 주루 플레이는 팀 차원에서 준비가 잘 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넥센이 제대로 앙갚음 하면서 양 팀의 가을야구는 한층 흥미진진하게 됐다. 삼성의 세밀한 야구에 대적할 수 있는 팀은 넥센 뿐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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