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 한지원씨, 유학생 13명에게 한지에 붓글씨로 쓰고 도장도 함께
다윗은 한결, 페테르는 바른, 본래 이름 의미 반영해서 지어 줘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는 조금 특별한 학생 행사가 열렸다. 성대 재학중인 한지원(20ㆍ글로벌경영학ㆍ여)씨가 외국인 유학생 13명에게 직접 지은 한글 이름을 선물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하늘, 한들, 아름, 찬울 등 예쁜 한글 이름을 A4용지 크기의 한지에 붓글씨로 쓴 뒤 한글 이름을 새긴 도장을 함께 찍어 코팅을 해 도장과 함께 선물했다. 도장은 13개의 서로 다른 서체로 제작했다. 남학생 이름엔 전서, 예서 등 다소 강한 이미지로, 여학생 이름엔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새기는 세심함까지 담았다. 한씨가 “한국에서 도장은 서양의 ‘서명(sign)’을 대체하는 매우 의미 있는 것”이라고 하자 유학생들은 흥미로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글 이름은 본래 이름의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지었다. 실제로 성경에 나오는 ‘다윗’이란 뜻을 가진 대니얼(Danielㆍ미국)에게는 변치 않는 마음을 의미하는 ‘한결’이란 이름을 선물했다. 또 성직자와 같은 이름인 페테르(Peterㆍ러시아)에게는 올바른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바른’을, 외적 아름다움(美)과 내적 자애로움(慈)을 가진 초우메이츠(邱美慈ㆍ대만)에게는 ‘슬기’라는 이름을 선물해 내적ㆍ외적ㆍ지적 3가지 아름다움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한씨가 마얀(Maayanㆍ이스라엘)에게 “‘가온’은 세상의 중심이란 뜻”이라고 설명할 때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풀잎’을 선물 받은 엘친 귈리예프(Elchin Guliyevㆍ아제르바이잔)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풀잎 같이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라’라는 뜻이라는데, 의미도 좋고 아름다웠다”며 “그런데 발음하기가 조금 어려워 많이 연습해야겠다”며 웃었다.
한씨가 외국인 친구들에게 순 우리말 이름을 지어 주게 된 건 2007년 미국 어학 연수 시절 경험 때문이다. 1년 간 알래스카의 한 중학교에서 공부했는데, 미국인 친구들이 한씨의 이름 중 ‘원’을 발음하기 어려워했다고 한다. 이에 한씨의 ‘절친’이었던 지넬(Jenelle)이 ‘리디아(Lydia)’란 이름을 추천했다. 지넬의 친구 중 공부 잘하는 학생 이름이 리디아였는데, 한씨도 공부를 잘 하니 같은 이름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한씨는 “흔한 이름도 아니었고 발음도 예뻐 마음에 쏙 들었다”며 “영어 이름을 갖게 되면서 학교에 적응하기도 더 쉬웠던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글 이름을 선물할 생각이다. 한씨는 “한글의 의미를 외국인 친구들에게 가장 친숙하게 알려주는 방법이 이름을 선물하는 것”이라며 ”한글 이름을 계기로 각자 고국으로 돌아가더라도 한국을 좋은 이미지로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