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속전속결, 언론자유 침해 논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의혹을 제기했던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加藤達也ㆍ48) 서울지국장이 결국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언론의 자유 침해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8일 온라인 기명칼럼을 통해 박 대통령의 사생활 의혹을 언급했다가 보수단체로부터 고발된 가토 지국장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가토 지국장은 지난 8월 3일 산케이신문 온라인판에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남녀관계’, ‘비밀접촉’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허위사실을 적시해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해당 기사에서 가토 지국장은 7월 18일자 조선일보의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이라는 칼럼을 소개한 뒤 “증권가 관계자에 의하면 그것(소문)은 박 대통령과 남성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중략) 박 대통령의 ‘비선’(秘線)은 정윤회씨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고 썼다.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정씨는 현 정부의 ‘비선 실세’로 거론된다.
검찰은 정씨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고 당일 정씨가 청와대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지인과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하지만 가토 지국장은 당사자 및 정부관계자를 상대로 한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출처불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박 대통령을 둘러싼 근거없는 소문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 착수 2개월만에 속전속결로 기소된 이번 사건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 언론과 ‘국경 없는 기자회’ 등 국제사회에서 이미 언론자유 침해 우려를 제기했고, 일본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도의 자유, 한일관계 등과 관련된 문제”라며 “대단히 유감스럽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산케이신문 칼럼의 단초가 된 조선일보 칼럼도 ‘남녀관계’ 같은 직접적 표현이 없었을 뿐, 큰 맥락에선 비슷한 이야기”라는 지적도 있는 만큼 산케이신문 보도만 문제 삼을 경우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필수적인 ‘친고죄’가 아니라 ‘반의사불벌죄’인데, 조선일보 기자에 대해선 수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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