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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硏 법인카드는 '쌈짓돈'… 멋대로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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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硏 법인카드는 '쌈짓돈'… 멋대로 긁었다

입력
2014.10.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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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사업비로 편성된 예산 명품 구입하고 장까지 보고…

국토硏은 주점서 3851만원 결제, 통일硏 등 공휴일 사용내역 수천건

“법인카드로 명품 구입하고 장도 보고, 업무시간에 영화 관람까지….”

8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선 국감 단골메뉴인 국책연구원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 방만한 경영 실태가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국회 안전행정위에선 민간업체와 결탁한 고위 관료 출신인‘관피아’(관료+마피아)들이 퇴직 후 재취업한 산하기관에서 예산을 지원 받아 ‘공짜골프’를 친 사실도 드러나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이날 공개한 국무조정실 감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 소속 이은재 원장은 해당 기관의 연구사업비로 편성된 예산으로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 넥타이’(26만원)와 일명 ‘고소영 향수’로 불리는 ‘아닉구딸 향수’(40만원 상당)를 다량 구입했고, 국외 출장 때마다 면세점에 들러 수십만 원 상당의 화장품을 구매하는 등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했다. 해당 기관 예산 집행 지침에 따르면, 연구사업비는 연구와 직접 관련된 목적에만 집행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사적 용도로 펑펑 써댄 것이다.

심지어 이 원장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검은콩 선식, 유기농 오이, 방울토마토, 호박 고구마, 총각무 등 장바구니 물품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뒤 경상경비(총 128만원)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원장은 “직원들 간식용으로 샀다”고 해명했지만, 주로 금요일 퇴근 시에 구입했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8대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이 원장은 이날 국감장에 출석해 “전임 원장도 그렇게 써서 해도 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문제가 돼 개인 비용으로 전액 변제했다. 다시는 절대로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 연구회와 23개 국책연구기관에서 제출 받은 기관별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자체 분석한 결과에서도 법인 카드 위법 사례는 만연했다. 국토연구원은 2010년부터 법인카드 사용 금지 업종인 일반주점에서 총 321차례에 걸쳐 3, 851만원을 결제했고, 놀이공원이나 볼링장, 스키장 등 문화 레저활동을 즐기는 데도 690만원을 사용했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는 지난 4년간 공휴일과 주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1,653건에 달했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업무시간에 법인카드로 영화를 본 사례가 수십 건 적발되기도 했다. 모두 국가재정법에 근거해 제정한 법인카드 운영지침에서 금지하는 사안들이다. 여야를 막론한 문제제기에 경제인문사회 연구회 안세영 이사장은 “적발된 기관들에겐 모두 경고 조치를 취했다. 사전교육과 감사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른바 소방 관료 출신인 ‘소피아’들이 퇴임 후 소방방재청 산하기관에 재취업한 뒤 기관 예산으로 골프대회에 참석하고, 회식 비용도 지원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국회 안전행정위 소속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2012년도와 지난해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는 소방인 친선골프대회에 참석한 소방 관료 출신들 중 9명이 1인당 최대 22만원에 달하는 골프 비용을 해당 기관 사업비 예산에서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산하기관들은 골프대회 뒤풀이 회식 비용까지 기관예산의 광고선전비 및 홍보비 명목으로 최대 55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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