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25명으로 분석 대상국 224개국 중 219위로 나타났다. 합계 출산율은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도 일본을 제외하고 최하위다. 이 같은 직접적인 원인은 여성들의 사회 진출 보편화로 결혼이 늦어지고 전세금 급등으로 인해 결혼을 위한 집 마련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결혼을 한다 해도 육아에 대한 부담이 과중하고, 사교육비 역시 만만치 않아 출산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2년도 결혼ㆍ출산동향 조사 및 출산력ㆍ가족보건복지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자녀 1명의 양육비로 월 평균 118만 9,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18만 9,000원 가운데 오직 자녀를 위해 쓴 식료품비ㆍ의복ㆍ교육비 등은 68만 7,000원으로 이 가운데 사교육비가 약 3분의 1인 22만 8,000원을 차지했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출생부터 대학 졸업까지 자녀 1인당 총양육비는 3억896만4,000원으로 추산됐다. 2009년(2억6,204만4,000원)보다 18%나 늘어났다.
사교육비 실태는 어떨까. 통계청과 교육부가 전국 1,094개 초ㆍ중등학교 학부모와 학생 7만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년 사교육비ㆍ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비 총규모는 18조 5,96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것으로 선진국 0.5%의 4배나 된다. 사교육비의 증가 원인은 크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일류 학벌 지상주의, 과도한 입시 경쟁, 그리고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 등을 꼽을 수 있다. 일류 학벌, 일류 간판을 가져야 탄탄한 미래를 보장받고 사회로부터 대우 받을 수 있다는 고질적인 사회 분위기와 국민 정서가 입시 과열을 부추기고 사교육비 과다 지출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교육의 붕괴에 따른 ‘공교육 불신’ 역시 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수능’따로, ‘내신’ 따로인 현재와 같은 제도 하에서 공교육의 정상화를 바란다는 자체가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서민 가계의 안정과 교육 기회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류병, 일류 간판 중독증을 치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입법을 해서라도 정부나 대기업체에서 공무원이나 신입 사원을 선발할 때 실제로 학력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 고학력 인플레 속에서, 일류대 졸업장이 없어도, 대학을 나오지 않았더라도 열심히 일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우대 받는 그런 실력 위주, 능력 위주 사회를 만드는 데 정부는 물론 대기업 모두 솔선수범해야 한다.
‘공교육 살리기’를 통한 공교육의 내실화도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정부는 현행 수학능력시험을 ‘대학입학 자격시험’으로 바꾸고 신입생 선발권을 각 대학에 되돌려 주는 등 21세기 시대 변화에 걸맞은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하지 못한 채 지금과 같은 형태의 교육 정책이나 수학능력 시험을 계속 고집하는 한 공교육의 파행은 심화할 것이 빤하다. 결국 사교육비의 과다 지출을 더욱 부추겨 가정 경제의 파탄마저 불러 올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출산율 증가를 바라는 자체가 코미디일 뿐이다. 따라서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보다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프랑스처럼 ‘육아와 교육은 정부가 모두 책임진다’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과 대책이 있어야 공교육 정상화는 물론 저출산 극복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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