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만원권 위조지폐를 대거 제작해 유통시킨 일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위조한 5만원권은 올해 상반기 적발된 전체 위조지폐(1,300장)보다 많았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컬러 레이저 복합기를 이용해 5만원권 위조지폐 1,351장(6,755만원)을 제작,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로 주범인 유모(50)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유씨의 내연녀 유모(45)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업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거래 대금을 환치기(공식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돈을 직접 주고 받는 방식의 불법 외환거래)로 주고 받는다는 것을 알고 중국의 환치기 업자 또 다른 유모씨와 공모해 사업자에게 가짜 돈을 주는 수법을 사용했다. 환치기 업자 유씨는 주범의 형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5만원권 4장을 A4용지에다 풀로 붙인 다음 복사하는 방식으로 가짜 지폐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유씨 내연녀의 20대 두 아들은 복사한 종이를 자를 대고 커터 칼로 자른 뒤 풀로 붙였고, 유씨의 친동생(40)은 가짜 돈을 사업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경찰은 지난달 19일 강서구 화곡동 새마을금고로부터 ‘국내 화장품 판매업자 탁모(55)씨가 입금하려던 돈 가운데 위조지폐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사를 벌여왔다.
탁씨는 9,500만원 상당의 국내산 화장품을 홍콩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물품대금을 환치기를 이용해 받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 일당은 위조지폐인 것이 드러나도 환치기 불법행위를 한 피해자가 당국에 신고하기를 꺼릴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돈을 전달할 때 가방 안에서 진짜 지폐가 든 비닐봉지를 꺼내 확인시킨 다음, 실제로 줄 때에는 위조지폐가 든 다른 비닐봉지를 주는 방식으로 눈을 속였다. 위조지폐는 은색 띠 부분이 시커멓게 돼 있는 등 누가 봐도 가짜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지만, 탁씨는 큰 의심 없이 돈을 은행에 맡겼다. 진짜 지폐와 위조지폐가 섞인 상황에서 은행에 가기 전 확인한 돈이 마침 진짜 지폐였기 때문이다.
경찰은 환치기 업자 유씨 등 공범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뒤를 쫓고 있으며 환치기를 의뢰한 탁씨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 결과를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