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핵심인 ‘창의적 아이디어’는 서두르고 짜낸다고 튀어나오는 게 아니다. 몇몇 천재적 개인의 특출한 능력도 중요하지만, 창조적인 인재가 탄생할 수 있는 교육체계와 토양이 잘 갖춰진 사회에서 가능한 일이다. 또 실리콘밸리처럼 실패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언젠가 성공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그런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최근 정부가 창조경제의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들이 종종 드러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타운 웹사이트 개설 1주년을 맞아 성공사례집을 발간하고, 언론사 기자와 간부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웹사이트 누적 방문자수가 100만명이고 지난 1년간 모인 아이디어가 1만4,000건이고, 이중 1,200여건이 사업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공사례를 모아놓은 것을 보면 자잘한 아이디어 상품이나 발명품 수준이라 허전한 느낌을 준다. 물론 미래부는 이들 성공사례가 새싹 수준이라 앞으로 큰 나무로 자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는 한다. 그렇더라도 창조경제라는 굵직하고 미래지향적인 컨셉에는 여전히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 조치한 사항을 정부가 창조경제의 성과물로 홍보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독일 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SAP의 자회사 SAP코리아는 최근 불공정거래 혐의로 적발됐다. SAP는 지난해 기준 전세계 매출액이 23조6,000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SAP코리아는 공정위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시정안을 마련했고 이중 하나가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 인근에 220억원을 들여 ‘SAP 디자인 싱킹 혁신센터’를 짓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미래부 등이 이를 대한민국의 창조적 인재 양성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며 홍보에 나선 것이다. 부처간 불통도 문제겠지만, 이런 해프닝 역시 창조경제의 성과에 집착하는 정부의 조급증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이제 막 싹을 틔우려는 창조경제의 기를 꺾자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불과 2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창한 성과물을 내놓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17개 시ㆍ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도록 대기업에 할당한 것도 구시대의 관료적 발상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창조경제가 커다란 성과를 거두기를 희망했다면 애당초 목표 설정을 잘못한 것이다. 향후 10년 혹은 20년 뒤 창조경제를 통해 뿌린 씨앗이 성장해서 수확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옳다. 1970년대 ‘공업입국, 기술입국’이라는 씨앗이 지금 반도체와 휴대폰, 자동차 등의 수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는 긴 안목을 갖고 창조경제를 위한 적절하고 정교한 투자에 신경을 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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