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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 위해 죽고 싶다…자살폭탄테러 뒤에 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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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 위해 죽고 싶다…자살폭탄테러 뒤에 남는 것

입력
2014.10.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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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발칸반도 코소보는 이슬람 국가다. 최근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확대하면서 해외 모병에 열을 올리자 코소보 젊은이들 중 급진파로 기우는 인구가 늘고 있다.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 등에 가담한 사람은 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떠난 뒤 충격에 휩싸인 가족의 표정을 BBC가 7일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이슬람 급진파가 된 코소보 청년 블레림 헤타의 누나 에리타는 “우리는 행복한 가족이었어요. 정말 그 애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2013년 8월 7일 블레림이 가족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코소보를 떠났을 때 그는 24살이었다. 그리고 이틀 후 에리타는 동생에게서 터키에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녀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가 독실한 무슬림이 된 후에 종종 다른 이맘(이슬람 성직자)들의 설교를 듣기 위해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휴대폰 화면에 이런 단어가 떴다. “시리아로 온 것을 환영합니다.”

에리타가 처음 스카이프(인터넷 영상전화)를 통해 블레림과 통화했을 때, 그는 시리아가 아니라 터키에 있다고 말했다. 에리타는 그를 믿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블레림이 침실에 놓고 간 편지를 발견했을 때 불길한 생각이 드는 걸 떨칠 수가 없었다. “그건 작별 편지였어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써있었죠.”

다른 많은 코소보인들처럼 그들 가족은 무슬림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아무 종교도 믿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코소보를 떠나기 세 달 전쯤부터 블레림은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다른 코소보 도시에 있는 모스크에 가기 위해 국경을 넘어 마케도니아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수염을 길렀고 중동의 무슬림 남자처럼 짧은 바지를 입었으며 이맘의 설교 동영상을 유튜브로 자주 시청했다.

얼마 후 블레림은 자신이 시리아에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의 종교를 위해 투쟁하는 거라고 말했어요. 그 애는 알라신을 위해 죽기를 원했고 그게 그에게 가장 큰 행복일 거라고 말했어요. 저는 울면서 그에게 사람을 죽이고 자살하는 게 무슨 종교냐고 소리쳤어요. 그러자 그는 제게 다시 그런 말을 하려면 전화하지 말라고 했어요.” 에리타는 가족에게 블레림이 시리아에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그가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지난 3월 24일 블레림에게서 전화가 왔다. 에리타는 “그에게 집에 올 거냐고 물었어요. 엄마가 너를 정말 보고 싶어 하며 슬퍼하고 있다고 말했죠”라고 회상했다. “그 애가 말하길 ‘누나는 내가 뭘 하려는지 몰라. 아마 오늘이나 내일 나는 알라신을 만나게 될 거야’라고 했어요. 그리고 엄마에게는 ‘저를 용서하세요. 제가 한 모든 짓을 용서해주세요’라고 말했어요.”

다음날 블레림은 자살폭탄 테러로 52명의 이라크인을 죽이고 자신도 숨졌다. 에리타는 “전에 블레림이 코소보에 있을 때 자살폭탄 테러범들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그들은 무슬림이 아니라고 했죠. 하지만 시리아에 있을 때는 제가 ‘사람들을 죽이는 게 좋니’라고 묻자 ‘무슬림이 아니라면 죽이겠다’고 대답했어요.”

또 다른 소년 에리온 아바지의 가족 역시 그가 코소보의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 에리온은 이제 8살밖에 안 된 소년이다.

지난 7월 10일 에리온의 어머니 프란베라는 남편 아르벤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아르벤은 에리온과 함께 시리아에 있다면서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했어요”라고 프란베라의 사촌 수아드 사둘라히는 말했다. 아르벤은 7월 7일 아들과 함께 산으로 소풍을 다녀오겠다고 아내에게 말한 뒤 집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에리온을 데리고 국경을 넘어 알바니아로 갔고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이동했다.

가족은 여전히 충격에 휩싸여 있으며 에리온과 가끔 연락을 하고 있다. 7월 15일 에리온은 시리아에서 괜찮다는 문자를 보내왔고 수아드는 문자가 온 번호로 전화를 했다. 알바니아어를 구사하는 한 남자가 공격적인 어투로 전화를 받았고, 수아드는 에리온과 이야기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에리온이 전화를 받았을 때 어디에 있으며 아빠는 어디 있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그 애가 아빠는 훈련 캠프에 있고 자기는 아빠랑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더군요.”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에 종종 에리온의 사진이 올라온다. 그가 IS를 상징하는 손가락 한 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나, 무장 세력의 검은 깃발 옆에서 다른 아이들과 뒹굴고 있는 모습이다. 수아드는 “에리온은 시리아 어딘가에서 코소보 출신의 알바니아어를 구사하는 가족과 살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곳에 꽤 많은 알바니아인 가족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5일 프란베라와 수아드는 스카이프로 에리온과 통화했다. 에리온은 변해 있었다. 수아드는 “우리는 그가 성숙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머리를 밀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른처럼 말했기 때문입니다. 8살밖에 안됐는데 말이죠”라고 말했다. 떠나기 전 아르벤은 점점 신앙이 깊어져 갔다. 프란베라에게 히잡을 쓰라고 말했고 시리아로 가겠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그가 에리온을 데려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라고 수아드는 말했다.

김지수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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