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의 여성 비하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회기 도중 여성 장관을 모독하는 발언이 나와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민주당 오가와 도시오 의원이 야마타니 에리코 납치문제담당장관이 혐한단체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 간부와 사진을 찍은 문제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석에서 “넨고로(懇ろ) 관계가 아니냐”는 야유가 튀어나왔다. 넨고로는 성관계를 가질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남녀관계를 의미한다. 야마타니 장관이 5년 전 시마네현의 한 호텔에서 재특회 간부와 사진을 찍은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수위가 도를 넘는 발언에 장내는 술렁였고, 심의는 일시 중단됐다.
현장에 있던 아베 신조 총리는 “실례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했고, 아소 다로 부총리도 “지금 발언, 문제 아닌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고 반발했다. 여성 비하 발언에 민주당 정권 시절 여성 장관을 지낸 렌호 의원은 “(야유의 출처가) 분명 우리당쪽이었다”며 사죄했다.
아베 총리는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속한 야유가 야당측에서 나온 것은 정말 안타깝다”고 적었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국회의 품위와 여성의 품격을 손상시킨 비방중상”이라고 비판했다. 자민당 중진의원들도 문제의 발언을 한 의원이 자진해서 사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6월 도쿄 도의회에서는 시오무라 아야카 의원이 임신, 출산 등에 관한 여성 지원 강화책을 언급하던 도중 자민당 소속 스즈키 아키히로 의원으로부터 “본인이나 빨리 결혼하면 좋겠다”는 야유를 받았고, 4월 중의원 총무위원회에서도 여성의원 우에니시 사유리가 인구 감소 대책을 질의하던 도중 남성 의원으로부터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지 않으면 안된다”는 야유가 나왔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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