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잖아, 마음하고 다르게 말이 이상하게 나갔어.” 밥을 먹고 나오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애걸복걸하고 있었다. 그 사정이야 정확히 모르겠지만,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여자가 “내가 네 마음을 어떻게 아니?”라고 톡 쏘아붙였다. 순간, 마음만큼 다스리기 어려우면서도 보여주기 힘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 싸운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짝꿍이 말했었다. “걔가 그래도 마음은 착한데.” 그때부터 나는 마음이란 것이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착했다가 나빴다가 하는 게 마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시험에서 낙방한 친구가 “마음처럼 쉽지가 않더라”라고 고백하던 날, 마음은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것이었다. 주식 투자를 하다 큰 손해를 본 친구가 “마음에 담기는 쉬워도 그걸 비워내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라”라고 참회하던 날, 마음은 알게 모르게 우리를 좌지우지하는 괴물처럼 느껴졌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두면 될 거야”라고 조언하던 친구는 연애가 실패로 돌아가고 한동안 내게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얼마 전 만난 은사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요새는 몸이 안 따라줘.” 몸과 마음은 늙는 속도도 이렇게나 다르다. 마음을 다잡기란 이래저래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와 남자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오늘은 마음이 통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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