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나카무라 슈지 미국 UC샌타바버라 교수는 청색발광다이오드(LED) 발명 대가를 둘러싸고 “발명의 성과를 회사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기술자의 반란 소송’을 회사에 제기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도쿠시마(德島)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지역 기업인 니치아(日亞)화학공업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그는 1993년 대형 스크린과 휴대전화 등의 표시장치와 신호기의 광원으로 사용되는 청색 LED를 발명했다. 하지만 회사는 “사원의 발명품은 회사 소유”라며 당시 불과 2만엔(20만원)의 보상금만 지급했다. 오늘날 821억달러에 이르는 LED 시장을 탄생시킨 발명의 대가로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회사에 실망한 나카무라 박사는 99년 미국 UC샌타바버라의 교수직 제의를 받아들였고 퇴사 후 미국에서 회사를 상대로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회사측이 이 특허로 얻은 이익을 1,208억엔으로 추산하고 이중 발명자의 기여를 50%로 인정해 600억엔을 보상해야 한다면서 청구액 200억엔 전액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2005년 2심인 도쿄 고등법원은 발명이 604억엔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화해를 권고했다. 나카무라 박사는 결국 발명대가 6억857만엔과 이자를 포함한 지연손해금을 합해 8억4,400만엔을 지급받았다. 이 금액은 개인이 제기한 발명대가 소송으로는 당시 일본 사상 최고의 화해금이었다.
일본에서는 2006년에 광디스크의 재생장치에 관한 특허와 관련, 히타치제작소의 전직 사원이 히타치에 발명 대가를 요구한 재판에서 회사는 외국 특허분에 대해서도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최종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히타치에서 광디스크 재생기술을 발명한 전 연구원 요네자와 세이지가 발명 양도대가로 회사에 2억8,000만엔을 청구한 소송에서 회사측 상고를 기각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또 2003년 4월 올림푸스광학의 광디스크 판독 장치 관련 특허 상고심에서 발명자의 기여를 기업이 얻은 이익의 5%로 결정했으며 아지노모토사 관련 소송에서도 발명대가를 5%로 인정하는 선에서 화해한 적이 있다.
직무발명 대가 소송은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5부(이태종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을 지낸 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지난달 6일 강제조정을 결정했고 양측이 이를 받아들였다. 양측이 조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정씨가 보상금을 얼마나 받기로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씨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디지털 고화질 텔레비전 개발을 주도해 국내외 특허 38건을 회사 명의로 출원했다. 이후 대학교수로 전직한 정씨는 회사가 자신의 발명에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며 지난 2010년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정씨의 특허 발명 덕분에 625억원을 벌었다고 판단해 정씨에게 10%(62억3,000만원)의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정씨와 삼성전자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지난해 7월에는 ‘휴대전화 초성검색’ 특허 기술을 개발한 삼성전자 현직 수석연구원이 상응하는 보상을 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심우용 부장판사)는 삼성전자 연구원 안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안씨에게 1,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안씨가 삼성전자에서 일하면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회사에 양도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는 안씨에게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직무발명 대가 소송이 잇따르는 한국과 달리 1960년대에 직무발명제도가 정착된 미국에서는 HP, 바텔 같은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상한선 없이 수익의 5~15%를 개발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 한국이나 일본 기업과 다른 점은 이런 새 기술 개발의 경우는 개발이 완료되기 전에 대개 개발자와 회사 이후 수익을 어떻게 나누느냐를 별도 계약을 통해 약속해 놓고 이에 따라 수익금을 나눈다. 미국에서 엔지니어들이 부자가 되는 사례가 흔한 것이나 MIT와 칼텍에 해외 인재까지 포함해 최고의 두뇌들이 모이는 것도 이런 기업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한국 대기업은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허청 최근 조사결과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자체 마련하여 운영하는 기업은 전체의 39%에 불과하다. 심지어 일본조차도 민간기업의 86.7%(2007년 기준)가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해 자체 기준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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