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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도 진술자 동의 없인 안 된다" 수사기록 공개 막는 사법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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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도 진술자 동의 없인 안 된다" 수사기록 공개 막는 사법 시스템

입력
2014.10.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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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판결 사건 관계인에 가능 불구, 준항고 해서야 1개 진술조서 열람

재항고 기간도 3일로 지나치게 짧아… 대법원 결정문도 신청인에 안 알려

검찰은 수사기록을 꽁꽁 숨기고 비밀로 유지하지만 현행 형사소송법(제59조의 2)은 확정판결이 난 수사기록에 대해서는 ‘소송관계인이나 이해관계 있는 제3자’등은 열람ㆍ등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해 민사소송을 당한 한국일보 기자가 사건의 시비를 가려줄 수사기록 열람에 도전해봤다. 법에는 당연한 권리라고 돼 있는데, 검찰과 사법시스템은 전혀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했다.

무조건 안 된다는 검찰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 민원실. 첫 신청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법에는 분명이 소송기록 전체가 대상인데, 직원은 “진술조서만 공개가 가능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가장 중요한 인물의 진술조서 공개만 신청했다. 결과는 “진술자가 공개에 동의하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는 불가 통보였다. 법에는 진술자의 동의여부와 상관없이 관련 소송이 있으면 공개가 된다는데 이해할 수 없었다.

검찰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법원에 준항고를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에 다시 판단을 구했다. 준항고는 법원이나 검사가 내린 처분이나 결정에 대해 취소 혹은 변경을 청구하는 절차 중 하나다.

지난 5월 1심 결정문을 송달 받았다. 사건과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람의 이름과 직책을 제외하고 진술조서를 공개하라는 결정이었다. 결정에 앞서 재판부는 검찰에 기자가 신청한 핵심인물의 진술조서 전체를 제출하라고 검사에게 명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10개의 진술조서를 냈으며, 판사는 이 중 한국일보 소송 내용과 관련된 1개의 진술조서를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재항고 기간 지나치게 짧아

1심 법원이 신청인의 권리를 인정해준 것은 고마웠으나, 검사가 제출한 10개의 진술조서 목록에는 당연히 있다고 알려져 있는 민감한 로비 부분 진술조서가 대부분 누락돼 있었다. 기자는 검찰에 “있는데도 숨긴 것인지”를 물었으나 “없는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판사에게 물었다. 판사는 “검찰이 모두 낸 것으로 판단하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법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검찰이 있는 것을 숨기고 내지 않아도, 이를 통해 신청인의 권리를 제한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애써 법원 송사까지 가며 받아본 결과로는 허탈했다. 검찰이 숨기고 있다고 의심되는 진술조서까지 받아보는 방법은 없을까. 법원 관계자는 “그런 취지로 대법원에 재항고를 하라”고 조언했다. 5일 뒤 재항고 신청서를 써서 법원에 가지고 갔다. 그러나 법원 직원은 “재항고 기간은 결정문을 받은 날부터 3일 안에 해야 한다”고 거부했다. 결국 재항고는 무산됐다. 일반적인 형사 사건이 7일, 민사 사건이 14일인 상소 기간과 비교할 때 턱없이 짧은 기간인 것이다. 결정문을 송달 받을 때 재항고 가능 기간도 통보 받지 못했다. 재항고 기간을 잘 숙지하고 있던 검사는 “진술조서를 하나도 공개할 수 없다”고 대법원에 재항고를 했다.

대법원 결정 알리지도 않아

어쩔 수 없이, 검찰이 진술조서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다는 기자의 입장은 대법원에 의견서로만 제출했다. 대법원 결정이 나기만을 기다렸다. 일반 민사ㆍ형사 사건은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당사자 이름과 사건번호로 심리 진행상황이 검색 되는데, 재항고 사건은 검색이 되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고, 때문에 심리 진행사항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지난 달 22일, 평소 알고 지내던 법조계 관계자로부터 “그 수사기록 공개 결정 대법원에서 확정이 됐다는데 기록내용이 어떻더냐”는 말을 들었다. 알아보니 대법원 결정이 난 것은 한 달 가량 전인 8월 26일. 우연히 듣지 못했다면 결정이 나왔는지도 모를 뻔 했다. 재항고는 검사만 했기 때문에 신청인에게는 알릴 필요가 없다는 황당한 이유였다.

결정문도 겨우 얻어

기자가 신청을 한 당사자인데도 결정문을 송달 받지 못해 법원에 ‘출입기자’로서 부탁을 해서 받아봤다. 법원 내규에 따르면 소송이 아닌 준항고와 같은 일반 결정은 ‘효력이 발생하거나 정지되는 쪽’에만 알려주도록 돼 있다. 신청 당사자가 누군지 관계없이 기록물을 공개하는 주체인 검찰에만 결과가 통보되고, 결정문이 송달된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재항고와 같은 사건은 일반 소송과 같은 피고와 원고 간의 다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심리 상황이 검색이 안된 이유도, 당사자 명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라고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검사는 대법원의 ‘재항고 기각’으로 1개 진술조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통보 받고도, 먼저 기자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9개월 만에 17페이지짜리 진술조서를 하나 복사할 수 있었지만, 검찰과 법원의 후진적인 시스템에 막혀 알고자 했던 부분은 빠진 허탈한 내용뿐이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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