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제정치학의 개척자이자 전후 일본의 평화주의 연구를 선도한 사카모토 요시카즈(坂本義和ㆍ사진) 도쿄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가 2일 심부전증으로 도쿄 도내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7세.
192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고인은 청년 시절 겪은 전쟁을 토대로 평화와 민주주의를 고찰, 일본의 반핵ㆍ평화주의의 이론적 지주이자 평화사상 정착에 이바지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도쿄대 재학시절 당대 유명한 정치학자였던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男)의 강의를 듣고 미국 시카고대에 유학했고, 1959년 잡지 ‘세계’에 일본의 중립화와 유엔경찰군에 의한 안전보장을 제기한 ‘중립일본의 방위구상’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64년 도쿄대 교수가 된 고인은 66년 중국과의 수교를 촉구하는 논문 ‘일본 외교에 대한 제언’으로 제1회 요시노상을 수상했다.
핵군축의 이론을 제안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격차 문제를 언급했다. 1979~83년 국제평화연구학회(IPRA)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88년 도쿄대를 퇴임하고 메이지대 교수로 옮긴 후에도 평화주의의 이론을 제시하며 사회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방위비를 국민총생산(GNP)의 1% 이내로 억제할 것을 주장했으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전후 보상 등도 요구했다. 특히 1996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에게 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정식 사죄와 보상을 요구했다.
2001년에는 극우 역사관을 교육현장에 접목하려는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를 검정에서 불합격시킬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성명 발표를 주도했다.
주요 저서로는 ‘일본 외교에 대한 제언’외에 ‘평화ㆍ개발ㆍ인권’ 등이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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