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매출은 2년 만에 50조원대가 무너져 47조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5조원 아래(4조 1,000억원)로 내려 앉았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에 10조원대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올 2분기 7조원대, 3분기 다시 4조원대로 떨어지면서 추세적 내리막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적 악화의 주범은 영업이익의 70% 가까이 점했던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이다. 저가폰은 중국 업체들에게 치이고, 프리미엄 제품은 애플 등에 밀린 탓이다. 답답한 건 당장 하락세를 멈추게 할 반전카드가 보이지 않아 4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의료기기, 자동차용 전지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최근 들어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지만 스마트폰 이후를 담보할 만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기업 전체 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 위상을 지닌 삼성전자의 부진은 한국 제조업의 위기 징후가 아닐 수 없다. 갈수록 수익성이 나빠지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 발굴은 불투명한 현실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이 안고 있는 공통 현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경제의 양대 축을 이루는 현대차도 엔저 충격으로 3분기 실적도 좋지 않다는 소식이다. 지난 8월 미국시장에서의 점유율이 5개월 만에 8% 아래로 떨어져 고전 중이다. 2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로 창사 이래 최대의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의 경우 3분기에도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할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대체로 순항해온 건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기업들이 특유의 역동성을 보여준 덕분이었다. 그러나 제조업 전반에 걸쳐 턱밑까지 추격해온 중국 업체들과의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고, 제조업 부흥을 다시 치켜든 선진국들과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여기에 안팎으로 내수 부진과 엔저 흐름이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기업 스스로 피나는 노력과 뼈를 깎는 혁신이 요구된다. 끊임 없는 변화에 맞춰 시장을 열광시킬 획기적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수 밖에 없다. 완제품뿐 아니라 부품ㆍ소재 영역에서도 새 수익원과 성장동력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집중적 선행투자 및 연구개발(R&D), 초스피드 양산기술 노하우, 일사불란한 목표경영을 통해 국내 제조업을 세계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견인차다. 2010~2011년 애플의 아이폰을 따라잡는 과정에서 보여준 순발력과 기민성, 창의성과 실행력으로 다시 위기를 돌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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