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대표적 해외자원개발로 꼽힌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사업이 지난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졌는데도 이를 감추기 위한 무리한 투자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관련 손실이 최대 2조원대에 달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한국석유공사나 한국가스공사도 해외자원ㆍ에너지 개발사업에서 거액의 손실을 내어 부채규모가 급팽창했다. 3사 모두 신용등급이 올해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제남(정의당) 의원 등에 따르면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해외자원개발 드라이브가 한창이던 2008년 볼레오 구리광산 개발사업 지분 30%를 10배의 프리미엄을 얹어 7,600만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이래 지속적 부도 위기를 넘기기 위한 추가투자로 총 투자액은 8,911억원으로 늘었고, 약 3,500억원의 우발채무까지 떠안았다. 게다가 1조882억원 규모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 최악의 경우 2조원이 넘는 혈세가 공중분해 될 지경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달 초 캐나다 유전개발업체인 하베스트사(석유공사 지분 100%)의 자회사 NARL을 900억원에 매각했다. 2009년 4,000억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1조원에 사들인 NARL의 헐값 매각만으로 9,100억원의 손실을 냈다. 매년 1,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 재무제표를 악화시킨 것이 헐값 매각의 이유지만, 애초에 하베스트사 인수 당시 상대방의 ‘끼워팔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응한 것이 문제의 뿌리다. 한편 한국가스공사가 2009년 9,5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캐나다 천연가스 광구는 3년 만에 시추ㆍ개발 작업을 중단했으며, 지난해 말 이 광구의 가치는 2,400억원으로 떨어졌다. 가스공사는 또 2010년 호주 LNG개발사업에 6,500억원을 투자하고, 지난해까지 9,6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으나 현재가치는 8,000억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지적됐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은 이런 해외자원ㆍ에너지 개발 실패 사례가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해외자원ㆍ에너지 개발 드라이브를 건 결과라며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거액의 혈세 낭비 실태를 따질 태세다. 지난 정부와 공기업의 잘못은 반드시 제대로 따지고 앞으로 유사한 혈세 낭비를 차단해 마땅하다.
그러나 더욱 급한 것은 자원ㆍ에너지 빈국으로서 장기적 자원ㆍ에너지 확보 전략을 세우고, 그에 맞춰 현재의 해외자원ㆍ에너지 개발사업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일이다. 공기업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해외자주개발에서 무조건 발을 빼려는 현 정부의 자세는 옳은 것인지, 자원개발사업의 투기적 특성상 이제는 공기업과 혈세보다는 민간기업과 민간자본의 활력과 모험심에 맡기는 게 낫지 않은지 등을 본격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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