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환율·파업 탓 실적 하락 불가피… 정유, 전 세계 공급과잉 해소 안 돼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주력산업 전반에도 실적 악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원화 강세와 엔저가 장기화하면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현대자동차의 부분파업까지 겹쳐 3분기 ‘동반 어닝 쇼크’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7일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도 더 암울한 상황이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급감한 2조872억원이었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을 이보다 더 낮은 1조9,000억원 대로 추정하고 있다. 3분기 평균 원ㆍ달러 환율(1,025원)이 2분기의 1,030원보다 더 하락한 영향이 크고, 지난달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까지 감안하면 실적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현대차는 이달 말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내부에서는 “전년 수준만 유지해도 다행”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31.7% 감소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던 기아자동차의 3분기 실적도 기대치가 낮은 상황이다. 올 뉴 카니발과 쏘렌토 출시가 견인한 신차 효과를 감안해도 판매량의 약 70%를 해외시장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엔저로 인한 경쟁 일본업체들의 약진이 무섭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8월 미국시장 점유율이 5개월 만에 8% 아래로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다. 반면 토요타는 같은 시기 미국 판매량이 지난해 8월보다 6.3%, 닛산은 11.5% 상승하는 등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빠르게 시장을 넓혀 나가는 중이다.
채희근 현대증권 산업재팀장은 “지난달 말부터 조금씩 환율이 올랐지만 3분기 실적에는 반영이 안돼 자동차 업계는 실적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환율 상승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4분기에는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침체 늪에 빠진 정유업계도 좀처럼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3분기에도 대부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다 전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당분간 실적개선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도 중국의 자체설비 증가와 이로 인한 가격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업체들의 3분기 실적도 신통치 않을 것이란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개발이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보다는 업황 회복 등 외부요인에 의존하고 있어 실적개선을 장담하기 힘든 형국”이라고 전했다.
조선과 중공업도 마찬가지다. 2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3분기에는 손실 폭을 줄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국내 최대 굴삭기 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도 중국업체의 급성장으로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철강업체들 역시 공급과잉과 값싼 중국산 수입철강의 유입이 늘고 있어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 고로를 운영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 가격 하락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완제품 판매에 주로 의존하는 나머지 업체들은 가격하락과 경쟁격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력산업 전반의 위기가 비단 3분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실장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 내년에도 주력산업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며 “철강 화학 조선 등은 생산성과 경쟁력 회복을 위해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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