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득권한테 통일은 파국이다. 남북 다 바라지 않는다. 다만 불안이 악재다. 안정된 분단을 위해 두 정권은 협력한다. 형용모순 거부는 민중 몫이다. 만나자, 주문처럼 염원을 외우자.
“북한 권력 실세 3인방 전격 방남(訪南) 충격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 시중에는 김정은이 한 달이 넘도록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과 연관 지어 그의 건강 이상설, 정변설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김정은이 통풍 등으로 치료 중이지만 권력 장악과 행사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측근 실세 3인방 파견이라는 파격적 카드를 꺼내든 것은 김정은 나름의 강한 자신감의 발로일 수 있다. 북한 경제는 최근 3년간 1%대의 성장을 기록했다. (…)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선수단의 차림새나 예전에 비해 상당히 자유스러워진 분위기 등은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의 형편이 적잖이 나아졌음을 뒷받침한다. 게다가 북한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ㆍ은 각 11개, 동메달 14개로 참가 45개국 가운데 7위를 기록,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톱10에 진입했다. (…) 김정은은 이런 성과를 대내외에 과시할 겸 남측에 강력한 대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아시안게임 폐막일이자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10ㆍ4선언 7주년 기념일에 맞춰 자신을 실질적으로 대리하는 실세 3인을 남측에 파견했을 것이다. 기회를 민첩하게 포착하고 대담하게 활용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은 결코 상대하기가 간단하지 않은 인물인 것 같다. (…) 북한은 그간 지하자원 수출, 근로자 해외파견 등으로 외화를 확보해왔지만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 김정은 정권은 이제 남측과의 관계개선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 남측이 호응해주기만 한다면 나름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다 대담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제 관건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이번 북측 고위 방문단을 통해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 합의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북한에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상대방의 진정성만 바라고 있을 게 아니라 보다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진정성을 견인해 내고 만들어간다는 적극적 자세가 아쉽다. 요즘 나라 안팎의 여러 상황은 그간 상승일로를 달려왔던 우리의 국운이 꺾이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들 정도로 암울하다. 우리에게도 이런 암울한 상황을 돌파할 출구가 절실하다. 그 길이 북한을 포함한 북방에 있다는 건 이미 상식이다. 드디어 박 대통령에게 기회가 왔다.”
-박근혜의 기회, 김정은의 기회(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계성 수석논설위원) ☞ 전문 보기
“황병서ㆍ최룡해ㆍ김양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빅 스리(big three)’가 아시안게임 폐막일인 지난 4일 인천으로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온 걸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그들의 목표는 물론 남북 회담 재개(再開)다. (…) 그러나 그런 당장의 현안 이전에 이번 평양 '빅 스리'의 거동에 투영된 북한 권력구조의 변동 양상을 주시해 볼 만하다. 그것은 평양에 ‘군주(君主)+0’의 시대가 지나가고 ‘군주+실력자들’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암시일 수 있다. (…) 이런 ‘군주+실력자’ 구조에선 의사 결정도 “이렇게 하라우.” “네, 그러겠습니다. 수령님”보다는 “수령님,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라는 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 그럴 경우 그들 실력자는 대남 접촉에서도 김정일 때보다는 한결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모른다. (…) 그렇다면 의문은 이렇다. 그들은 왜 굳이 ‘서프라이즈 요법’을 썼나? 그건 ‘우리가 이렇게 셋이서 온 걸 가벼이 보지 마’라는 퍼포먼스였다. 북한은 늘 그렇게 ‘충격’과 ‘기습’을 가하는 방식으로 남한을 대해 왔다. (…) 또 하나 의문. 그들은 왜 굳이 지금 시점에서 남행(南行)을 결행했나? 북한은 지금이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장성택 처형 후 북한에 대해 한층 더 냉담해졌다. (…) 이래서 다시 꺼내 든 것이 ‘한국 카드’였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자기들을 도울 나라는 역시 한국밖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만 천안함·연평도와 5ㆍ24 조치로 이 줄이 끊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5ㆍ24 조치를 해제하고 다시 돈줄 좀 대달라’ ‘다시 금강산에 와서 100달러짜리 좀 팍팍 쏘라’고 하는 것이 저들의 속셈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원칙 있는 남북 관계, 흔들림 없는 협상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 원칙이란 무엇인가? 철저한 상호주의다. (…) 야당과 집권 측 일각은 5ㆍ24 조치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핵 문제는 아예 공염불(空念佛) 신세가 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북한은 천안함ㆍ연평도에 대해 시인, 사과,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인가? (…) 이러니까 이 나라에선 원칙이라고 천명해 보았자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날 따름이다. (…) 남북의 만남 자체는 우리가 항상 요구해 오던 터이다. 그러나 만남은 당당하게 해야 한다. 만남은 정당하게 해야 한다. 만남은 명예롭게 해야 한다. 만남은 서로 실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만남은 필요하면 중단할 수도 있고 결렬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자세로 만나야 한다.”
-호들갑 없이 原則 있게 가자(조선일보 기명 칼럼ㆍ류근일 언론인)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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