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언짢은 얘기를 하기 전에 “No offense”(악의는 없는데)라고 미리 고지를 한다. 예를 들면 “No offense, Tom, what you are saying is wrong”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그 다음 몹시도 기분 나쁜 말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No offense”라는 말을 듣는 순간 더 얄미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성적인 농담이나 실언에 가까운 말을 하기 전에 “Pardon my French” “Excuse my French”라고 언질을 주기도 한다. 이는 영국과 프랑스의 앙숙 관계에서 연유한다. ‘프랑스인은 욕도 잘하고 키스도 하는 등 야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내가 이런 말하기가 그렇지만”(Forgive me my strong language)와 같이 운을 떼고 실제로는 듣기 거북한 말을 이어간다.
유사한 말 중 “No hard feelings!”가 있다. “서운해하지 말라” “앙금을 씻자” “감정을 쌓아두지 말자”는 뜻이다. “I’m not trying to hurt you by saying this”라는 의미가 있어 위의 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All is forgiven, so let’s forget about this from now on”도 같은 뜻이다. 앨범 제목으로도 쓰인 바 있는데 격하게 다투거나 심한 오해 뒤에 던지는 말이라는 점에서 “No problem”이라고 응대하기에는 간단치 않은 표현이다. 인도의 저항주의자 간디의 말처럼 “약한 자가 용서하기는 어렵다. 용서야말로 강자의 것”(The weak can never forgive. Forgiveness is the attribute of the strong)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심리학자 Thomas Szasz는 “어리석은 사람은 용서도 못하고 화해도 못하며 순진한 사람은 용서와 화해를 모두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용서는 하되 잊지는 않는다”(The stupid neither forgive nor forget, the naive forgive and forget; the wise forgive but do not forget)고 말했다. 한국인은 지정학적 위치와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망각하는 국민성을 갖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를 Szasz의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인은 순진한 사람에 속한다.
서양인들은 곧잘 “나쁜 기억은 잊되 용서하지는 말자”(It is best to forget, but not to forgive)고 말한다. 이러한 경험을 좀더 쉽게 풀어 “한번 속이면 당신이 나쁜 것이지만 두 번 속으면 내가 바보”(Fool me once, shame on you. Fool me twice, shame on me)라고 한다. 표어로는 “Forgive, yes! Forget, never!”이다.
그나저나 발전을 위해서는 잊지 말아야 할 과거도 많은데 우리 국민은 너무 쉽게 용서하고 잊어서 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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