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진보주의”는 미국에서 진보주의를 비꼬아 부르는 단어이다. 우유를 탄 커피와 좌익성향의 사람들은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BBC에 따르면 ‘어번 사전’ 웹사이트에서는 “라떼 진보주의”를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가난한 이들에 대해 한탄만 늘어놓는 사람들’이라고 풀이해 놓고 있다. 진보주의자들(혹은 커피 애호가들)은 이 선입견을 매우 불공평하고 막된 비유라고 불평할 수 있지만, 널리 통용되는 표현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라떼 경례”가 구설수에 올랐을 때에도 진보 성향의 학자가 라떼 말고 뭘 마시겠냐고 빈정거리는 일이 있었다. 2004년 미 대선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하워드 딘을 공격하기 위해 “증세하고 라떼 마시고 초밥 먹고 볼보 운전하고 뉴욕타임스를 읽고 할리우드를 사랑하는 좌익 괴짜 쇼”라고 몰아부치는 네거티브 광고도 있었다. 라떼가 진보주의와 동일시되기는 된다는 말이다.
라떼 말고도 영국에서는 부유한 사회주의자들을 ‘샴페인 사회주의자’라고 칭하고 프랑스에서는 ‘고슈 캐비어’ 라고 비꼰 적이 있다. 비슷하게 라떼 이전에 진보주의자들을 대표하는 음식은 브리 치즈와 샤도네이 와인이었다. 언어학자 제프리 넌버그는 진보를 대표하는 음식은 항상 “하얗고 부드러운”음식들이었다고 말한다.
라떼 진보주의라는 표현이 처음 유행을 탄 것은 1997년 위클리 스탠더드 기사에서 이 말을 쓴 뒤부터다. 당시 스타벅스 등의 커피숍들이 시애틀, 뉴욕 등 진보성향의 도심지에서 번창하기 시작하면서 라떼 진보주의라는 표현은 더욱 더 유행을 타게 되었다. 정치적 상대들이 비꼬기 좋게 라떼는 하얗고 부드럽게 보였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거리 곳곳에 있고 길가 포장마차에서도 라떼를 파는 요즘 라떼가 엘리트들의 음료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나 요즘 시대에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은 즐긴다기보다 잠이 부족해서 각성제의 의미로 커피를 마시는 회사원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역시 엘리트의 반열에 들기에는 부족한 직업이기에 라떼를 진보주의에 접합시키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라떼는 이제는 더 이상 이국적인 음료도 아니다. “맥도날드에서조차 다섯 종류의 모카를 판매하고 있다”고 넌버그는 말한다. 라떼를 마시는 미국 대부분의 사람은 진보주의거나 보수적이거나 이도 저도 아니다.
이상언 인턴기자(동국대 국제통상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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