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전·원정·심판 3중고 불구
류, 6이닝 1실점 호투하고 강판 불펜 난조로 DS 1승2패 몰려
매팅리, 4차전 커쇼 긴급 징발
류현진(27ㆍLA 다저스)은 건재했다. 어깨부상으로 쉰 24일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그래서 돈 매팅리 감독의 한 박자 빠른 교체는 미스터리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쾌투를 살리지 못하고 벼랑 끝에 몰렸다.
류현진은 7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ㆍ5전 3승제) 3차전에서 6이닝 5안타(1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94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은 4개, 볼넷은 1개였다. 7회초 2사 후 자신의 타석 때 대타 스콧 반 슬라이크로 교체된 류현진은 다저스의 1-3 패배에도 불구하고 코칭스태프, 팬들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전 감각, 원정 경기, 좁은 스트라이크 존의 삼중고를 완벽히 뚫어냈다. 지난달 13일 이후 24일 만에 마운드에 선 류현진은 실전 공백의 우려를 쾌투로 잠재웠다. 6회까지 시속 150㎞짜리 직구를 연방 내리 꽂았다. 직구 보다 30㎞나 느린 폭포수 커브도 언제 아팠냐는 듯 원하는 곳에 집어 넣었다.
4만7,574명의 세인트루이스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류현진은 침착하게 페이스를 유지한 채 자기 공을 던졌다. 올해 거둔 14승 가운데 10승을 원정 경기에서 챙길 수 있었던 특유의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붉은색 홍관조(카디널스) 유니폼으로 무장한 팬들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심판의 들쭉날쭉한 스트라이크 존도 극복해 냈다. 이날 구심을 맡은 데일 스콧은 상대 선발 존 래키(세인트루이스)의 몸쪽 공에 후하게 손을 올렸지만 류현진이 우타자 몸쪽으로 찌른 직구에는 인색했다. 류현진이 2~3회 3차례나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며 45개의 공을 던져야 했던 이유다. 그러나 이내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한 류현진은 4~5회 투구수를 15개로 확 줄이며 맞혀 잡는 효과적인 피칭을 했다. 당대 최고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의 혼을 빼놓은 세인트루이스 타자들도 류현진 공략에 애를 먹었다.
다만 7회 매팅리 감독의 투수 교체는 아쉬운 대목이다. 류현진은 3회 맷 카펜터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을 뿐 포스트시즌 중압감을 이겨낸 채 좋은 투구 내용을 보이고 있었다. 경기 후 “던지는 동안 몸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감독님이 나가라고 하면 7회에도 충분히 던질 수 있다”고 스스로 밝힐 만큼 컨디션도 좋았다.
하지만 매팅리 감독은 7회말 같은 왼손 스콧 엘버트를 마운드에 올렸다. 엘버트는 첫 타자 야디에르 몰리나에게 2루타를 허용하더니 1사 3루에서 콜튼 웡에게 결승 2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미 류현진의 공에 눈이 익은 상대 타자들은 유형이 비슷한, 그러면서도 위력은 떨어지는 엘버트의 낮은 공을 쉴 새 없이 퍼 올렸다. 교체가 필요했다면 차라리 다른 카드를 꺼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USA투데이도 “다저스 불펜이 류현진의 훌륭한 투구를 망쳐 놓으며 또 한 번 무너져 내렸다. 이번 디비전시리즈 들어 마무리 켄리 얀선을 제외한 다저스 불펜은 6점을 빼앗기며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을 쏟아 냈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닷컴도 “앨버트는 지난 2년간 3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아 전력 외로 분류되다가 9월 들어 몇 차례 잘 던졌다는 이유로 엔트리에 포함됐다. 하지만 3개의 장타를 허용하며 류현진의 견고하던 복귀전을 망쳤다”고 매팅리 감독의 선택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2패째를 당한 다저스는 8일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 커쇼를 내세운다. 지난 4일 등판한 커쇼는 단 3일만 휴식을 취한 뒤 마운드에 선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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