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증언 기사 취소 사건 계기
정치·언론·민간단체 합작 대공세
일본의 위안부 무력화 태세가 위험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최근 한국 제주지역에서 위안부 사냥에 나섰다는 요시다 세이지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기사를 취소한 사건을 계기로 우익 성향인 정치인과 언론은 고노담화 백지화는 물론 위안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 들고 있다. 이들 세력에 동조해 위안부 관련 기사를 작성한 전직 아사히신문 기자를 협박하는 우익세력까지 등장, 일본 사회에 퇴행적 역사관 심기에 혈안이 된 분위기다.
우익 정치인들은 지난 달 시작된 임시국회에서 정부 관계자에 대한 유도심문을 통해 위안부 부정 여론 조성을 주도하고 있다.
야마다 히로시의원은 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된 아시아 여성기금 대국민 호소문과 관련, 기시다 후미오 외무장관에게 수정을 요구했다. 그는 “10대 소녀까지도 포함된 많은 여성을 강제적으로 위안부로 만들고 종군을 강요했다”는 부분이 잘못이라는 억지주장이었지만 기시다 장관은 “삭제할 지, 주석을 달지, 적절한 대응책을 검토하겠다”며 수정의사를 밝혔다. 야마다 의원은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을 유도한 장본인이다.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재특회), 투채널 등 인터넷을 통한 반한운동을 주도하는 이른바 넷우익은 과거 위안부 관련 기사를 작성한 전직 아사히신문 기자가 출강하는 대학에 협박문을 보내고, 가족들의 신상털기 등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는 교묘한 언론플레이를 통해 위안부 흠집내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6일 TV프로그램에 출연해 “고노담화의 역할은 끝났다”며 “정부가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전후 70주년에 맞춰 새로운 담화를 내 무력화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아베 총리가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중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것”이라고 발언, 물의를 일으킨 지 일주일만에 또 다시 주변 국가를 도발하는 발언을 내뱉은 것이다.
보수 우익 언론이 우익 색깔이 뚜렷한 하기우다 등 우익 정치인들로부터 위험 발언을 유도하는 인터뷰를 시도하는 것도 일본 사회의 우경화 흐름에 일부 언론마저 적극적으로 편승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하기우다 보좌관의 고노담화 무력화 발언과 관련해 “완전히 개인적인 견해로 아베 총리는 고노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며 “아베 총리도 나 자신도 고노담화는 계승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와 스가 장관의 해명에 진정성이 담겨있는 지 의심스럽다. 그들이 진정으로 고노담화를 계승할 생각이 있다면, 총리 보좌관이라는 중책을 가진 정치인의 망언에 최소한 입조심 하라고 주의를 주는 게 맞는 게 아닌가. 일본은 진정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