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前 지사 결재한 지침 따라 입찰 거치도록 한 지방계약법 무시
영농법인이 결정한 가격대로 공급, 수수료만 年 100억원 넘게 챙겨
경기도가 특정 영농법인에 연간 1,000억원에 이르는 친환경급식 물량을 수년째 몰아준 것으로 확인돼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도는 일정액 이상일 경우 입찰해야 하는 법 규정을 무시하고 도지사 지침만 갖고 이 같은 특혜를 지속했다. 이 회사 대표는 몰래 친분있는 회사에 지급보증을 섰다가 급식비를 압류당해 800곳에 가까운 학교가 한 때 급식에 차질을 빚을 뻔 했다.
6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2011년 친환경급식 사업을 추진하면서 경기 광주시에 있는 (사)경기친환경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경기조합)에 농산물을 독점 공급하도록 맡겼다. 지방계약법상 2,000만원 이상이면 입찰을 거쳐야 하지만, 도는 김문수 전 지사가 결재한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추진지침’만으로 이 업체에 특권을 부여했다.
친환경급식은 도가 일반 농산물을 친환경 농산물로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차액 240억~416억원을 도교육청(일선 학교)에 매년 지원하는 사업으로, 도가 지침을 내려 경기조합과만 계약을 맺도록 한 것이다. 경기조합과 거래하는 농가가 도내 친환경 농가의 70%가량 된다는 게 이유였다.
도의 이런 지침을 근거로 경기조합이 그 동안 올린 매출액은 2012년 706억원, 지난해 92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조합은 올해도 도내 초ㆍ중학교 1,130곳에 쌀을 제외한 채소, 과일 등의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 중이다.
경기조합은 이 과정에서 학교 구매액의 23~33%를 배송과 포장, 관리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떼어내 배를 불려왔다. 2012년의 경우 이렇게 거둬들인 수수료만 모두 110억원이 넘는다. 도의 친환경급식 사업에 대해 지난해 말 감사를 벌인 감사원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수수료가 입찰 시스템보다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도의 지침 탓에 학교는 경기조합이 결정한 가격대로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었다.
한편 이 법인 정모 전대표는 지난해 평소 친분이 있는 친환경식품 유통가공업체인 A사에 2~3차례에 걸쳐 75억원의 지급보증을 몰래 섰다가 갚지 못하면서 지난 7월 초등학교 795곳의 급식대금 75억2,800만원이 압류되기도 했다. 경기조합에 참여한 도내 단위농협 10여 곳이 담보대출을 받아 지난달 압류를 풀었지만 경영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정 전대표는 지난 3월 28일 퇴임했고 문제가 불거지자 이사회에서도 퇴출된 상태다. 경기조합은 정 전대표가 투자한 공장에 압류를 걸어 실제 대출이 이뤄진 50억원을 환수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도내 친환경 농산물 재배농가의 판로개척과 급식재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경기조합을 위탁운영 주체로 선정했던 것”이라며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공모해 업체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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