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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정신 일깨운 한국어, 어렵지만 포기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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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정신 일깨운 한국어, 어렵지만 포기 안 해요

입력
2014.10.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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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3번째...8개국 10명 참가

다문화 가정부터 고려인 정체성까지

심도 있고 다양한 주제 발표 돋보여

대상은 한국어 입문 6개월 日 구로다

6일 이화여대 이화삼성교육문화원에서 열린 '제23회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이 학교 언어교육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6일 이화여대 이화삼성교육문화원에서 열린 '제23회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이 학교 언어교육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이본 대회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구로다 시요코씨 이화여대 제공
이본 대회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구로다 시요코씨 이화여대 제공

“모든 고려인이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도록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카자흐스탄 카라간다에서 온 신 옐레나(36ㆍ여)가 무대에서 한국어로 자신의 꿈을 소개하자 객석에서 박수와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는 “최근 젊은 고려인들이 전통문화를 등한시하고 다른 민족과의 결혼에 쉽게 나서면서 오랫동안 민족성을 지키려고 노력해 온 고려인들에게 위기가 찾아왔다”며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고려인들에게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국어는 자신의 민족 뿌리를 이해하고 지켜나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언어”라며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는 고려인 1만5,000여명이 전통문화와 민족 자부심을 되찾도록 모국어인 한국어를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6일 이화여대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제23회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한글날을 사흘 앞두고 열린 대회에는 신씨를 포함해 8개국에서 온 10명의 참가자들이 ‘가을, 우정, 꿈, 추억’을 주제로 저마다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객석을 가득 메운 400여명의 관객들은 참가자들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박수로 환호했다. 참가자들은 대회 시작 1시간 전부터 발표장에 들어찬 관객들의 열띤 응원에 힘입어 모두 큰 실수 없이 발표를 마쳤다.

참가자들의 출신 국가 만큼이나 발표 내용도 다양했다. 키르키스스탄에서 온 마마탈리에바 즐드즈칸(20ㆍ여)은 “한국어를 배우면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법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생활이 낯설고 한국어 배우기가 어려워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도 했다”며 “그때 날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바보 온달이 훌륭한 장수가 되는 모습을 보며, 절대로 배움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과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오히려 가장 이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미국 출신 프랭클린 사샤(33ㆍ여)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한국사회의 배타성을 지적했다. 사샤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서 태어났지만 ‘한서’라는 한국이름으로 된 한국 국적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내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인으로 인정하지 않더라. 외모와 혈통만이 한국인의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두려움과 도전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와인스틴 메샨(26ㆍ미국)은 “소심한 성격 탓에 실수를 두려워하는 내게 자신감을 북돋아 준 선생님이 바로 한국어”라며 “실수는 실패가 아니다. 실수를 많이 할수록 성공의 기회도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대상은 ‘일본어와 한국어의 유사점’에 대해 발표한 일본의 구로다 시요코(22ㆍ여)에게 돌아갔다. 올해 9월 일본 도쿄 호세이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이화여대에 온 구로다는 한국어에 입문한지 불과 6개월 만에 쟁쟁한 참가자들을 모두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대상을 받은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구로다는 동방신기의 열혈 팬으로 K-팝에 심취하다 한국어를 사랑하게 됐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그는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문화 교류에 일조하고 싶다”며 “그때까지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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