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기업 16곳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모두 28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에 나선다고 한다. 어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주요기업 관계자의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이다. 내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과 엔저(低)로 인한 수출 경쟁력 하락 등으로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드높은 요금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국내 투자를 결정한 건 반가운 소식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공격적 행보가 고무적이다. 지난 3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추락하는 ‘어닝쇼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내년 상반기에 경기 평택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조성키로 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이후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지만, 일단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는 반도체 부분에서 시장지배력 및 이익을 극대화, 미래에 대한 대비를 확실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는 해외생산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던 삼성전자가 국내로 투자를 돌렸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 중국 산시성의 시안 반도체공장에 70억달러(7조3,000천억원)를 투자하고, 베트남에 휴대폰 및 가전 공장을 잇따라 세웠다. 일각에서 국내 산업공동화 우려가 제기된 이유다. 평택사업장이 완공되면 15만명의 직·간접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하니 청년실업 및 내수활성화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것이다. 정부가 나서 전력ㆍ용수 등 인프라 지원과 투자 애로사항 해결을 약속해 조기 투자를 이끌어낸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 경제를 다시 활기차게 굴러가게 하려면 지금 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주요 기업들은 최근 공격적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유망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돈을 쌓아놓고 있거나,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투자를 유도하려면 국내 환경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꿔주는 수밖에 없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기업들은 설비투자 관련 세제 및 관세 지원과 함께 산업단지 인프라와 환경 문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정부가 불합리한 규제를 걷어내고,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규제, 과감한 지원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사업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기업들도 단기 수익성에만 집착해서는 위기를 헤쳐갈 수 없다. 미래 가능성을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하여 돌파구를 열어나가야 한다. 약속한 대로 투자계획을 실천에 옮겨 성장동력 발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번 투자발표를 계기로 정부가 재계가 손발을 맞춰 대한민국 성장엔진을 조속히 재가동해야 한다.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을 볼 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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