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ㆍ獨 등서 1년간 총 13차전 치러
현대차팀 지난 독일랠리선 1, 2위
정의선 부회장 확고한 의지 원동력
지난 5일(현지시간) 오전 10시 30분 프랑스 동부 알자스(Alsace) 지방 작은 마을 쁘띠 삐에르 인근의 울창한 침엽수림. ”뿌아아앙!” 멀리서 메아리치기 시작한 굉음이 고요한 숲 속 공기를 갈랐다. 굉음의 정체는 3일부터 시작한 월드랠리챔피언십(WRC) 프랑스랠리 17구간(SS17)에 참가한 랠리카들의 엔진소리였다.
랠리카들은 약 2분 간격으로 편도 1차로 숲길을 시속 100㎞의 속도로 통과하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새벽부터 기다린 관람객 수백 명은 짧은 시간의 전율에 환호했다.
유럽 달구는 WRC의 세계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WRC는 르망24, F1과 함께 세계 3대 모터스포츠로 꼽힌다. 1년간 매월 3~6일씩 영국 모나코 스페인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대륙과 호주 아르헨티나 멕시코에서 총 13차전을 열어 최종 승자를 가린다.
프랑스의 독일 접경지역인 스트라스부르를 중심으로 3일간 개최되는 11차전 프랑스 랠리는 총 길이 1,233㎞다. 기록경쟁구간(SS)과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며 정해진 시간 내에 도착하는 도로이동구간(RS) 등 18개 구간으로 구성됐다. WRC는 서킷을 주행하는 F1과 달리 비포장을 포함한 실제 도로에서 열리고, 산악도로 숲길 눈길 등 다양한 조건의 도로 1만7,891㎞를 달려야 해 가장 혹독한 모터스포츠로 꼽힌다.
대회 각국의 가장 아름다운 도로에서 열리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가족들과 수려한 풍광까지 즐기는 야외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4일 알프스와 인접한 해발 1,000m 높이 12구간 산악도로 경기를 관람한 프랑스인 리시 시몬(39ㆍ여)씨는 “랠리카의 힘찬 엔진소리와 엄청나게 빠른 속도 경쟁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WRC에서는 정비도 경기의 일부분이다. 허용된 정비시간은 출발 전 15분, 점심시간 30분, 경기 뒤 45분. 이 시간을 넘기면 벌점을 받아 순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관람객들은 입장료를 내고 랠리 본부인 ‘서비스파크’에 입장해 급박하게 이뤄지는 정비 과정을 지켜본다.
판 커진 양산차 성능 전쟁터
WRC 랠리카는 반드시 양산차를 모델로 제작해야 한다. 엔진은 4기통, 1,600㏄ 이하다. 올해 직접 랠리카와 팀을 꾸려 참가한 업체는 현대자동차(i20)와 폴크스바겐(폴로R), 시트로엥(DS3), 포드(피에한스타RS) 4개사. 나머지 팀은 완성차업체를 대행하는 외주업체나 차량 구입 뒤 개조해 참가하는 개인팀이다.
1973년 시작된 WRC의 맹주는 폴크스바겐. 이번 프랑스 랠리에서도 폴크스바겐팀 선수들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고, 현대차팀 선수는 4위에 올랐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치러진 11차전 중 10차례나 1위를 독식했다.
2000년부터 3년간 외주업체를 통해 베르나로 투입했던 현대차는 2012년 직접 팀을 만들어 재도전에 나섰다. 매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정의선 부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원동력이었다. 최규헌 현대모터스포츠법인장은 “WRC 참가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 이외에도 랠리카 개발을 통해 현대차에 부족한 퍼포먼스를 보충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1년 3개월의 짧은 준비 끝에 올해 완주에 도전한 현대차는 지난 9월 독일랠리에서 소속팀 선수가 나란히 선수 부문 1, 2위를 차지하는 호성적을 거뒀다. 여기에 일본 토요타가 2017년 출전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가며 WRC 열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미쉘 난단 현대차팀 총책임자는 “내년에는 승수를 점점 늘리고, 신형 i20으로 랠리카를 제작하겠다”며 “WRC 종사자들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현대차의 매력에 끌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라스부르(프랑스)=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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