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환자를 돌보다 보면 하루가 부족하죠. 몸이 열 개라도 쉴 틈이 없어요. 3교대 밤샘 근무 명절에도 일해요. 아픈 사람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요. 아픈 사람 없으면 간호사는 실업자. 실업자가 돼도 좋아요, 아프지 마요.” 지난 추석 연휴 때 KBS2TV ‘개그콘서트-렛잇비’에 출연한 한 병원 간호사가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애환을 이같이 노래했다.
최근 대구시가 출자한 공공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이 며칠 간 폐쇄됐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 최초로 독립적인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의 끈을 이어가는 말기암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간호 인력 부족이 원인이었다. 현재 4개 병실 14개 병상의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려면 최소한 7명의 간호사가 필요한데 간호사 2명이 그만두면서 최소 근무 인력을 맞추지 못해서다. 대구의료원은 “모자라는 간호 인력 지원자가 거의 없는 데다 호스피스 병동에 간호사를 충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폐쇄 이유를 댔다.
간호사가 부족한 현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는 1999년 간호인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간호사 수 확보에 따라 입원료를 차등 지급하는 ‘간호관리료차등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오히려 이 제도로 인해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인력이 더 부족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중소병원협회가 최근 1,20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병원 135곳 가운데 65.4%(87곳)는 간호관리료차등제 시행 이후 오히려 간호사 구인이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고, 23.3%는 ‘구할 수 없다’고 했다. 간호관리료차등제로 등급에 따라 인센티브가 주어지면서 처우가 좋은 대형 병원으로 간호사들이 쏠리기 때문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한 의료전문지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 병원급 의료기관 30% 정도만 간호관리료 차등수가를 신청했고, 70%는 간호사를 새로 채용하지 않고 삭감을 택하고 있다.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간호사를 채용하는 것보다 수가 삭감을 당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지방의 병원급 의료기관은 하루 입원료 2만6,700원(2012년 기준)의 2%를 삭감하면 1일 1병상 당 534원이다. 예컨대, 100병상인 중소병원이 등급에 미달하면 한 달에 160만2,000원을 삭감 받게 된다. 이를 간호사의 봉급으로 환산하면 간호사 평균 연봉인 2,400만원(대한간호협회 주장)에 미치지 못하는 1,922만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에서는 구체적인 개선책 마련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간호사 부족 사태가 대구의료원만의 일이 아니기에 당국은 이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 된다.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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