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는 득이 되지만 아내에게는 유독 빚으로 남는 정치인은 누굴까. 한국에도 이런 부류의 국회 의원과 정치인이 적지 않지만, 범위를 미국으로만 좁힌다면 그 주인공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가 각각 평가한 여론조사 및 분석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에게는 지지 유세 도움을 받아야 할 1순위 정치인이지만, 정작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는 긍정보다는 부정적 후광효과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1,181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민주당 4명, 공화당 4명 등 총 8명 정치인이 지지유세를 할 경우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 전체의 38%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지유세를 할 경우 해당 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응답(24%)보다 14% 포인트 높은 것이다.
다른 7명 중 지지유세에 따른 득(得)이 실(失)보다 큰 경우는 힐러리 전 장관과 미셸 오바마 영부인 등 2명에 그쳤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민주당)과 2012년 대선 후보 밋 롬니, 뉴저지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상원의원 테드 크루스(텍사스) 및 랜드 폴(켄터키. 이상 공화당) 등 나머지 5명은 지지유세를 하면 오히려 표를 갉아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선 거물 정치인들이 아내 혹은 동생 등 한 가족의 다른 구성원에게 주는 영향은 사뭇 다르게 나왔다.
WP는 2016년을 준비하는 대선 후보들의 ‘가족효과’를 분석했는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존재 자체가 힐러리 전 장관의 대선 가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의 번영기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점수도 34점에 달하지만, ▦백악관 인턴직원과의 스캔들 ▦지극히 극단적인 대중의 호불호(好不好) 등을 감안하면 아내에게 미치는 부정적 점수(37점)가 오히려 3점이나 많았다. 반면 최근 태어난 외손자는 부정적 요소는 전혀 없이 점수의 크기가 17점에 달하는 긍정적 요소로 할머니에게 힘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주는 부담은 바람둥이 클린턴 대통령의 악영향 보다 더 컸다. WP는 ‘2016년 대선 때도 이라크전쟁과 경기침체가 주요 이슈로 떠오를 텐데 이 경우 이 문제를 미국에 던져준 부시 전 대통령은 마이너스 28점의 부담을 동생에게 주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젭 부시 전 지사는 형이 잃은 점수를 후덕한 이미지를 갖춘 부모님(조지 H. 부시 전 대통령ㆍ바바라 부시 전 영부인)의 후광(20점)으로 일부 만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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