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건재 과시하고 남북·국제 관계 실마리 풀어
대외 이미지 등 개선 포석… 실세들 내려 보내 충격요법"
인천 아시안게임은 초대형 북한발 이벤트와 함께 4일 막을 내렸다. 북한의 2인자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최고위급 실세 3인방이 인천을 전격 방문하면서 놀랄만한 ‘깜짝 발표’도 기대됐다. 하지만 2인자그룹은 박근혜 대통령 예방은 물론 김정은의 친서도 없이 고작 2차 고위급회담에만 합의하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 거물급 인사들의 요란한 행차치고는 다소 빈약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북측의 ‘깜짝쇼’에 어떤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만 확산되고 있다.
김정은 건재 과시 및 대외 이미지 개선용 ?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벤트의 결과가 남북 간 통신 채널로도 충분히 가능한 2차 고위급 접촉 재개라는 점에서 북한의 의도를 우선 이벤트 그 자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북한 매체가 대표단 출발소식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면서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미뤄 볼 때 대내적으로 체제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도 엿보인다.
특히 김정은이 권력서열 2인자에게 자신의 전용기까지 내어주면서 파격을 과시한 대목에서는 내부적으로 체제를 공고히 장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지난 한달 가까이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이 나돌던 점을 감안하면 자신의 건재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북 소식통은 “건강 이상설뿐 아니라 체포설 등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자 주민들의 동요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대외적 이미지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도 이벤트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 북한은 최고 실세 3인방이 아시안게임 폐막식이라는 대형 국제행사에 참석하면서 전세계의 시선을 끌었고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부수적 효과도 얻었다.
박 대통령을 예방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대내외적 포석의 맥락에서 분석되고 있다. 최고위급의 전격 방문 이벤트가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해 보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 장악 포석도
북한은 최근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면서 대화를 거부했다. 그러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대표단을 보냈다. 그간 묵묵부답이었던 2차 고위급 접촉에도 응했다. 결과적으로는 북한이 먼저 대화의 장에 나선 모양새가 된 셈이다.
이를 두고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장악할 목적으로 2인자 그룹을 내려 보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형중 북한연구센터장은 “실세 3인방이 내려온 것은 일종의 충격요법”이라며 “남한과 대등한 입장에서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싶다는 점을 아주 강력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실제 최근 유엔총회를 계기로 인권문제가 부상하고 납치자 문제 해결을 통한 북일 관계 개선 시나리오마저 꼬이게 되면서 대외적 고립이 그만큼 심화하는 상황이었다.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북 압박 수위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남측과 국제사회를 향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대화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을 천명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살아남기 위해 전방위 외교를 펴고 있지만 남북관계가 막히면 해법이 없기 때문에 대화국면으로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이번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이번 방문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쥐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까지 내고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