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논란에 해외 메신저 이용 급증
"대화 내용 암호로 전송돼 인기"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위상 위협
"거부감 탓 일시적 유행" 시각도
정부의 검열 우려로 국산 메신저 대신 해외 메신저로 갈아타는 사이버 망명이 가속화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텔레그램은 한글판까지 등장했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이용자가 직접 개발한 텔레그램 한글판이 인터넷에 유포됐다. 텔레그램 이용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메뉴명 등이 영어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이용자가 직접 개발한 것이다. 이용자가 개발한 한글판 텔레그램은 메뉴와 설명 등이 한글로 소개 돼 있어 초보자들도 손쉽게 다룰 수 있다.
텔레그램 정식판도 한국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독일에 본사를 둔 텔레그램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한국어 번역 전문가를 모집한다는 글을 띄우고 한국어판 제작을 본격화했다.
텔레그램은 정부의 검열을 피해 국산 메신저에서 해외 메신저로 옮겨 타는 이용자들이 많아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메신저는 1 대 1 비밀 대화창을 이용하면 대화내용이 아예 상대방만 읽을 수 있도록 암호화된 채 전송되고, 서버에 보관된 대화내용은 본사 측에서도 들여다볼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은 대화내용이 암호화되지 않는다.
텔레그램의 인기를 높인 사이버 망명이 처음 대두된 것은 지난달 18일 검찰이 인터넷 검열 강화를 위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면서다. 여기에 경찰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압수수색해 들여다봤다는 정 부대표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급기야 ‘카톡 사찰’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계기로 수사 당국의 접근이 비교적 어려운 해외 메신저가 국산 메신저의 대체재로 급부상한 것이다.
실제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장병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당초 애플 앱스토어 내려받기 순위가 100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지난달 검찰 발표 이후 사흘 만에 45위까지 뛰어올랐고, 24일에는 부동의 1위였던 카카오톡을 제쳤다. 이날 현재도 무료 앱 기준으로 내려받기 순위에서 텔레그램은 애플 앱스토어 1위,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11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텔레그램의 누적 내려받기 횟수가 30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정부의 검열 강화로 애꿎은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만큼 다음카카오로서는 갈 길이 급해졌다. 텔레그램의 열풍에 초조해진 다음카카오는 2일 카카오톡 대화내용의 서버 보관기간을 기존 1주일에서 2, 3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내놓고 진화에 나섰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대화내용의 서버 보관기간을 줄이고, 수신 확인된 대화내용 삭제 기능을 도입하는 등 이용자들의 정보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이버 망명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텔레그램 이용자 김선미(27)씨는 “텔레그램은 일시적 유행일 수 있다”며 “국내 메신저들처럼 다양한 이모티콘을 지원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지인들이 여전히 카카오톡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잘 쓰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검열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해외 메신저를 내려 받는 행위 자체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실제 이용자가 늘지 않는 한 텔레그램 열풍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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