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까지 거리점거 안 풀면 심각한 결과 초래할 것" 렁춘잉 경고
홍콩 민주화 시위대 중 일부가 5일 밤 자진 철수했다.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이 민주화 시위대를 향해 6일 오전까지 거리 점거를 풀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다. 그러나 민주화 시위대가 친중(親中) 성향 단체들의 공격을 받은 것에 항의하는 수만명의 ‘스마트폰 촛불 시위’도 등장했다. 시위대와 경찰, 시위대와 친중 단체들의 몸싸움과 충돌이 이어지며 부상자는 160명선을 넘어섰다.
홍콩 민주화 시위의 3대 지도부 중 하나인 시민단체‘센트럴을점령하라’측은 5일 저녁 “까우룽(九龍)반도 몽콕(旺角) 지역의 시위대가 철수, 시위대 본진이 위치한 애드미럴티(金鐘)로 합류할 것”이라며 “렁 장관의 집무실과 정부종합청사 진입로 봉쇄도 풀기로 했다”고 밝혔다. 몽콕은 3일부터 민주화 시위대와 이에 반대하는 친중 성향 단체의 충돌이 이어진 곳이다. 홍콩 방송들도 청사 앞 시위대와 경찰이 악수를 한 뒤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는 장면을 내 보냈다. 홍콩 교육 당국은 6일 중고등학교의 수업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8일째 이어진 민주화 시위가 전환점을 맞게 될 지 주목된다. 그러나 시위대의 다른 관계자는 “일부가 떠날 수 있지만 렁 장관이 퇴진하고 완전한 직선제를 쟁취할 때까지 거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렁 장관은 4일 밤 TV연설을 통해 “시위대는 집으로 돌아가라”며 “정부와 경찰은 700만명의 홍콩 시민이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고 사회적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사 봉쇄도 풀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 28일 최루탄 발사를 지시한 경찰 고위 간부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공개 주장했다.
당국의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시위대 전체가 곧 바로 해산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시위대는 4일과 5일 수만명 규모로 다시 집결, 3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친중 단체들의 시위대 공격에 항의했다. 시위대는 스마트폰의 불빛을 켜, 디지털 촛불 시위와 빛의 바다를 연출했다. 4일 몽콕에선 민주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경찰이 다시 최루액을 살포했다. 시위대는 경찰과 국제범죄조직 삼합회를 비롯한 친중 세력들이 시위대 공격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30명을 체포했고 삼합회 연루는 부인했다. 몽콕과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선 민주화 시위대와 오성홍기 등을 몸에 두른 친중 시위대의 산발적인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화 시위에 반대하는 한 남자가 시위 지도부 면담을 요구하며 애드미럴티의 한 육교에 올라가 투신하겠다고 협박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지난달 28일 시위가 시작된 뒤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수는 총 165명이라고 병원측이 5일 밝혔다.
시위대와 정부의 대화는 큰 진전이 없었다. 시위 지도부는 5일 시위대 공격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향후 시위대 보호를 대화 전제 조건으로 내 세웠다. 그러나 당국은 “시위대가 주요 거리의 봉쇄를 풀면 학생들과 대화하겠다”고 압박했다.
한편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당시 무력 진압을 반대했던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비서 바오퉁은 4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기고한 글에서 “진정한 애국자는 가짜 보통 선거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라며 민주화 시위대를 격려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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