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국제정치 분쟁 해결사 꿈꿔

“한국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아프리카 여학생이 한국의 대학생들을 모두 제치고 과수석을 차지했다. 한국 학생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아 거둔 성과다. 주인공은 지난해 3월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케냐인 망고 제인 앙가르(22ㆍ여)씨.
5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망고씨는 ‘한국정치와 외교정책’ ‘정치학개론’ ‘세계화의 이해’ 전공과목과 ‘한국미술사’ ‘프랑스어1’ ‘ 한국어 쓰기와 읽기’ 교양과목 등 6개 과목에서 4.3 만점을 얻어 지난달 22일 총장 명의의 최우등상을 받았다.
망고씨는 우수한 성적의 비결로 ‘질문 많이 하기’를 꼽았다. 그는 “학습 환경도 낯설고 아직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곤란을 겪을 때도 적지 않았다”며 “대신 모르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교수님께 질문을 해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에 대한 꾸준한 관심은 그를 공부에 빠져들게 했다. 망고씨는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이 2002년 진행된 케냐 민주화 과정과 상당히 닮아 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민주화를 달성한 한국민의 노력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망고씨와 한국을 이어준 계기는 2009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였다. 당시 고교생이었던 그는 큰 충격을 받고 한국이란 나라를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됐다. “서거 관련 보도에 포함됐던 대통령 탄핵과 국회의원들의 몸싸움, 촛불집회 등은 케냐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어서 한국에서 직접 한국의 정치를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한국어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2011년 8월부터 케냐 수도 나이로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세종학당에 다니며 한국 유학을 준비했다. 한국어를 빨리 익히기 위해 ‘프레지던트’ ‘대물’ 등 한국의 정치 드라마도 즐겨 봤다. 하지만 수업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어서 지난해 3월 입학하고도 1년을 통째로 쉬며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에 매진해야 했다. 망고씨는 “휴학을 했지만 그 기간에 아시아여성연구소 인턴으로 일하며 살아 있는 전공 체험을 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망고씨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고교 체육교사인 아버지는 딸의 한국행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며 비행기표를 직접 건네줬고, 현재 생활비도 보내주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과 수석 소식을 듣고 ‘너무 자랑스럽고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칭찬했다”고 전했다.
망고씨는 장차 한국을 발판 삼아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꿈을 꾸고 있다. 한국의 대학원에 진학해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은 후 유엔에 들어가 국제 정치분쟁 해결사가 되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망고씨는 “가난 때문에 공부하고 싶어도 배움의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는 케냐 청소년들을 위해 도서관도 지어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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