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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우산혁명 8일째…중국정부 개입 시작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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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우산혁명 8일째…중국정부 개입 시작된 듯

입력
2014.10.0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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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집회가 열리고 있는 홍콩 정부청사 인근에서 4일(현지시간) 한 종교단체 신자들이 평화를 위한 기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적 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집회가 열리고 있는 홍콩 정부청사 인근에서 4일(현지시간) 한 종교단체 신자들이 평화를 위한 기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몽콕에서 4일(현지시간) 민주적 선거를 요구하는 한 시위자가 시위에 반대하는 현지 주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몽콕에서 4일(현지시간) 민주적 선거를 요구하는 한 시위자가 시위에 반대하는 현지 주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시위가 8일째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홍콩 학생들과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는 5일에도 정부종합청사 앞과 애드미럴티(金鐘), 코즈웨이베이, 주룽(九龍)반도의 몽콕(旺角) 등 주요 거리를 점거한 채 계속됐다. 5일 밤 시위대 일부가 몽콕에서 자진 철수하고 정부종합청사 진입로 봉쇄도 풀었지만 시위대 본진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후 가장 큰 정치 시위가 된 ‘홍콩의 항명’은 과연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최근 변화 중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 중앙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베이징(北京)의 중국 중앙 정부는 당초 홍콩 민주화 시위에 침묵을 지키며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자칫 중앙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모습이 전대륙으로 ‘전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일부터 태도가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날 1면 기사에서 ‘3개 원칙을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3개 원칙이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2일 홍콩 재계인사들을 만났을 때 천명한 것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와 기본법,‘법에 따른’ 홍콩의 민주 발전, 홍콩의 장기 번영과 안정을 말한다. 지난 8월 3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후보를 친중국 애국 인사로 제한한 것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미다. 누구라도 직선제 후보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시위대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인민일보는 3일과 4일에도 시위대를 비판하는 글을 1면에 실었다.

중앙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인민일보 기사가 나온 데는 1일 홍콩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제65주년 국기 게양식 당시 일부 시위대가 등을 돌린 채 두 손으로 ‘X’자 표시를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우산혁명’ ‘제2의 톈안문’이란 말이 공산당 지도부를 자극했을 수도 있다. 중앙 정부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이후 학생들과 시민들이 점거하고 있던 홍콩 주요 거리에는 시위 반대 친중(親中) 단체들이 등장했다. 시위대가 가슴에 단 ‘노란 리본’에 맞서 대부분이 중장년층인 이들은 ‘파란 리본’을 달았다. 급기야 3일 몽콕에선 민주화 시위대와 시위 반대 세력이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들 중엔 지역 주민들도 있었지만 중국계 국제범죄조직인 삼합회로 의심되는 단체와 오성홍기를 몸에 두르거나 홍위병 복장을 한 사람도 보였다.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은 중국 당국이 5,000여명의 특무 요원을 홍콩에 비밀리에 파견했다는 주장까지 폈다. 홍콩에는 이미 18만명에 달하는 공산당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와 친중 단체의 충돌이 거세질 경우 홍콩 당국은 시위 강제 진압의 명분을 얻게 된다. 민주화 시위 지도부도 이를 우려해 친중 단체의 공격에 과잉 대응하지 말 것을 시위대에 당부하고 있다. 시위 지도부가 정부종합청사 출근 공무원들에게 길을 터 주기로 한 것도 진압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런 시위 지도부의 온건한 대응은 강경파의 불만을 낳고 있다. 정부와 대화 추진 등을 놓고 시위대 안에서 분열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시위 지도부는 조슈아 웡이 이끄는 중고교생 단체 학민사조(學民思潮), 대학연합체인 홍콩학생연합(HKFS), 교수 중심의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등 3개 조직이 뒤섞인 상태여서 신속한 결정이나 일사불란한 행동이 쉽지 않다. ‘센트럴을 점령하라’측이 5일 밤 몽콕 지역과 정부종합청사 앞 진입로 봉쇄를 풀기로 했지만 다른 두 단체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화는 모색되고 있지만 양측이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시위는 2주째로 접어들며 점차 동력이 소진되고 있다. 5일 밤 일부 시위대가 자진 철수한 것을 계기로 시위대 규모가 급속도로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중앙 정부의 대응은 점차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11월 베이징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진 홍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모처럼 안방으로 각국 정상을 불러 모아 다양한 국제문제 논의를 주도하며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홍콩 문제에 뺏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 정부가 얼마나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 톈안먼 민주화 운동은 50일 가까이 이어졌다. 당시처럼 군대를 동원한 강경 진압은 국제 도시 홍콩에선 불가능하겠지만 반대 시위를 더 부추겨 치안 유지의 명분을 얻은 뒤 경찰력으로 시위 현장을 통제하려 들 가능성은 높다. 시간은 결코 시위대의 편이 아닌 것 같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홍콩 시위대들이 5일 밤 홍콩 정부청사 옆에 위치한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의 사무실 입구를 봉쇄한 채 잠을 자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시위대들이 5일 밤 홍콩 정부청사 옆에 위치한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의 사무실 입구를 봉쇄한 채 잠을 자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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