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 대상도 아닌데 운영비 보조하겠다며 추경예산 3억 확보
"무리는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배짱, 이낙연 도지사 의중도 반영된 듯
전남도가 재정지원 대상도 아닌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 수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해 말썽이 일고 있다. 특히 도는 운영비 지원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행정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는 지난해 6월 목포시 삼학도에 문을 연 지상 2층짜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기로 하고 예산집행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목포시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운영비로 5년간 매년 3억 원씩 총 15억 원을 지원해 줄 것을 전남도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도는 같은 달 24일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관련 예산 3억 원을 확보했다.
도는 “목포시의 운영비 지원 요청을 받고 검토한 결과, 기념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꾀하기 위해선 초기 운영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예산 지원 이유를 설명했다.
도는 그러면서 재정지원 근거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24조’를 댔다. 그러나 이 조항은 사립 박물관과 사립 미술관에 대한 경비 보조를 규정한 것으로, 목포시가 설립한 공공시설물인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실제 이 조항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제18조 제1항에 따라 사립 박물관이나 사립 미술관 설립 계획의 승인을 받은 자에게는 설립에 필요한 경비를, 등록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대하여는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각각 보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현행법상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 대한 재정지원 근거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도는 “법률적 이해와 분석을 거쳐 관련 법 규정을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도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포괄적 개념으로 봐도 된다고 판단했다”며 예산집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도청 안팎에선 “도가 관련 법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운영비 집행을 밀어붙이는 막무가내 식 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도가 기념관에 대한 운영비 지원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예산 집행을 밀어붙이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도 관계자는 “목포시에 기념관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이 상황에선 (운영비를 지원하는 쪽으로)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도의 재정지원 계획에는 이낙연 전남지사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 지사에게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운영비 지원과 관련한 지원근거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했고, (이 지사도)인정했다”며 “이와 관련해 이 지사가 ‘우리가 아니면 누가 돕겠냐’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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