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북한 권력실세가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을 위해 전격적으로 인천을 방문, 남북 고위급 접촉에 합의하면서 향후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본격 접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열릴 예정인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순조롭게 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추석을 계기로 모색했던 이산가족 상봉을 겨울이 오기전에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크고 북측이 이에 화답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이같은 기조를 이어나갈 경우 정부가 남북교류를 차단하고 있는 5·24조치에 대해 재검토하는 계기도 마련될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4일 "오늘 회담에서 (우리측과 북측 대표단은)허심탄회하게 대화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는 데 공감했다"며 "특히 우리가 제의한 고위급 접촉을 받아들인 게 중요한 합의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향후 고위급 접촉을 성과 있게 진행해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고위급접촉이 재개되면 여러 문제(이상가족 상봉)들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이번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변화를 모색하는 돌파구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번 계기로 고위급 접촉 재개 합의가 이뤄졌으므로 남북관계 회복의 모멘텀을 살렸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고위급 접촉에서)바라는 성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하는데 시기적으로 2년차가 지나가는 지금 살리지 않으면 어렵다"며 "북한도 대외관계 확장차원에서 남북관계를 풀어야하는 상황이므로 (고위급 접촉의 성과를)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이날 방문에서 그들(북한)이 원하는 만큼 성과를 얻고 돌아가는지는 의문"이라며 "이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고 돌아간다면 앞으로 남북관계가 잘 되겠지만 '일단 부딪쳐 보자' 정도로만 느끼고 돌아간다면 앞으로도 (남북관계에)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앞으로 남북관계 낙관하긴 어렵다"며 "우리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북한이 훨씬 더 원함을 이번에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인권 문제와 핵문제로 정부가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저렇게 실세 3명을 내려보냄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수요가 북한쪽이 더 큼을 확인하게 됐다"며 "대화는 이어가지만 삐라 살포 등 북한이 원하는 것을 우리정부가 수용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대화 자체는 이어지겠지만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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