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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세계화 25년..."누군가는 가야 할 길 믿음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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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세계화 25년..."누군가는 가야 할 길 믿음 있었죠"

입력
2014.10.0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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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관절 비수술 치료법 '추나의학'으로 일가 이뤄

한방 표준화 작업에도 열성, 미국에 분원 열고 한의학 전파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은 "의료 한류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치료 효과를 실제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자생한방병원 제공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은 "의료 한류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치료 효과를 실제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자생한방병원 제공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자생한방병원에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베트남 UAE 등 해외 각국의 외국인 환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이 병원 신준식 이사장의 ‘한방 세계화’ 행보와 무관치않다. 척추관절 비수술 치료법인 추나의학으로 한의학계에서 일가를 이룬 신 이사장은 한의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틈 날 때마다 외국에 나가 한방의 치료 효과를 직접 보여주는 로드쇼를 열어오고 있다. 그는 지난달에는 또다른 한의학의 불모지인 멕시코를 찾아 의료 한류의 불씨를 지폈다. 한의학의 ‘한’자도 모르던 현지 의사들에게 특강을 통해 한방 척추 비수술 치료법을 소개하는 한편, 요통ㆍ오십견 등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즉석에서 고쳐주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신 이사장은 “예상을 뛰어 넘는 호응에 놀랐다”면서 “한국은 한의ㆍ양의의 편가르기에 열올리는데, 외국인들은 한의학을 서로 먼저 유치하려고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신준식 이사장이 지난달 22일 멕시코 호란종합병원에서 요통 환자에게 추나요법을 시술하고 있다.
신준식 이사장이 지난달 22일 멕시코 호란종합병원에서 요통 환자에게 추나요법을 시술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멕시코 유카탄 주의 국립 호란종합병원(Dr. Augustin O'Horan Hospital). 신 이사장이 이 병원 의사 150여 명 앞에서 한방 치료법에 대해 한창 설명하고 있을 때였다. 추나요법을 소개하는 비디오를 본 특강 참가자 중 한 명이 “저것 진짜 가능하냐”면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신 이사장은 허리나 관절을 다친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했다. 오십견으로 팔을 들어올리지 못하는 한 여의사가 나섰다. 신 이사장이 동작침(MSAT) 시술을 한 잠시 뒤, 이 여의사가 팔을 번쩍 들어올리자 강연장은 발칵 뒤집혔다. 몸 여저저기가 아프다면서 수십 명의 강연 참석자들이 우르르 신 이사장 앞으로 몰려나온 것이었다. 국영TV 아즈테카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이날의 특강 장면을 대서특필했고 주정부는 관련 소식을 공식 페이스북에 발빠르게 올렸다.

이 같은 강연장 풍경은 신 이사장에게 낯설지않다. 앞서 그는 2011년 3월 모스크바에 자리한 러시아국립의대(Russian State Medical University)에서 비수술 척추관절 치료법을 주제로 강연 해 호평 받았고, 이듬해 10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국제정골의학회(OMED) 학술 세미나에서는 동작침법에 대한 특별 강연과 치료 시연으로 전세계 4,500명의 관절 전문의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신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주 쓰는 말 중 하나는 ‘에비던스’(evidenceㆍ근거). 1990년대 초, 신 이사장이 척추신경추나학회를 설립하고 추나요법을 체계화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자 주변 사람들이 대놓고 불신과 비난을 퍼부었단다. 신 이사장은 “나 혼자만 유명해진다고 될 일 아니구나”라는걸 깨달았다고 했다. 한의학의 과학화ㆍ세계화가 절실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는 것. 서양의학은 서울이든 부산이든 검사하고 진단을 내리면 치료법도 같고 예후도 같다. 이에 비해 한의학은 처방전도 치료법도 제각각이다. 그는 근골격계 증상을 고치는 추나요법과 한약 조제법, 침구 치료법, 약침 등을 표준화ㆍ객관화하는 작업에 팔을 걷었다. 1999년 10월에는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와 추나약물 치료의 임상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이 연구 결과 다양한 한약재가 복합된 추나약물 속에 골관절 질환 치료에 뛰어난 효험이 있는 핵심 성분을 발견했다. 이것이 신물질인 ‘신바로메틴’이다. 통증 분야 세계적 학술지 ‘PAIN’지에다 동작침의 진통 효과가 진통제 주사보다 뛰어남을 증명하는 논문도 게재했다.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미국에 분원을 열어 한국 한의학을 전파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미국 시장이 열리면 전세계가 열리는 것이다”라고 했다. 의료 한류 성공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는 “학문적 근거(evidence) 이전에 병이 낫도록 치료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답했다. 신 이사장은 오는 20일 몽골로, 내년 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차례로 방문해 한의학의 현지 진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 이사장은 “이 같은 모든 일들은 제가 오솔길을 버리고 울창한 숲길로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됐다”라고 했다. 신 이사장은 지난 25년 동안 척추 비수술 치료의 외길을 걸어온 소회를 묻는 질문에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않는 길’을 차용하면서 "할아버지가 걷고 아버지도 걸은 그 길을 무작정 따라걷다 보니 두 갈래 길이 나왔다. 하나는 걷기 편안한 오솔길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무도 가지않은 울창한 숲길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누군가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그길을 택하지 않는다면 훗날 후회할 것만 같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평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방을 물었다. 신 이사장은 “양념을 많이 한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일이나 운동을 놀이 하듯 즐기라”고 했다. 그는 “특히 나이 40대, 50대 이후에는 근골격계가 약해져 근력을 키우는 운동은 안 좋을 수 있다”며 자신의 건강 실천법인 제자리뛰기를 권했다. “발가락을 바닥에서 떨어뜨리지 않은 상태로 제자리에서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하면서 가볍게 점프하는 운동이 좋아요. 우리 몸의 각종 장기는 공중에 매달린 구조인데, 이렇게 하면 내장이 흔들리면서 운동 효과를 주기 때문에 몸이 건강해져요.”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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